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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야기

2008년 남쪽바다 마라톤 여행 - 고성마라톤 후기

남쪽바다 마라톤 여행 - 고성마라톤 후기

2008.02.09 12:22 | 마라톤(marathon) | 나그네

http://kr.blog.yahoo.com/traveler200801/1153 주소복사

언제나 봄은 남쪽에서 온다.
우리의 올해 마라톤은 그래서 남쪽 마라톤대회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2008년 1월 20일. 고성 마라톤대회에서 우리들의 2008년 마라톤은 시작된거다.

1월 19일 오후 1시.
서울역앞 GS건설앞에서 GS건설팀, 목동성당 마라톤팀, 남달모팀, 우리 남산목달팀 4명이 고성행 전세 버스에 올랐다.
전체 40명 이상의 인원으로 차가 거의 만차였는데 목동성당팀의 이쁜이 삼총사를 빼곤 전부 남자다.
졸며..., 얘기하며...내일의 쾌주를 다짐하며....

7시쯤 통영에 도착하니 이미 땅거미가 지고 어둠속에 휘황한 도시의 야경이 바닷물위에 반사되어 너울너울 황홀한 풍경이 연출된다. 모처럼 멋진 바닷가 마을에 왔는데 모두들 쐬주한잔 걸치고싶은 생각들이 굴뚝 같겠지만 유명하다는 통영 굴밥, 굴전으로 저녁을 먹으면서도 아무도 소주 한잔 먹는 사람이 없다.
음식점 사장님이 의례 반주를 하는줄로 알고 한상에 두어병씩 놓아둔 소주병들이 - 아이 부끄러워..! -

저녁후 바닷가 언덕위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가서 잤다.
우리는 남달모(남해 달리기 모임- 서울사는 남해 사람들 모임)팀과 함께 공통 관심사 - 내일 마라톤 대회 - 에 대한 얘기를 조금 나누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그런데 방이 어찌 뜨끈뜨끈한지 화상을 피해 이리저리 기어다니다 창가에서 새우잠을 잤다.

19일. 대회날 아침.
일찍일어나서 아침을 매운탕으로 잘 먹고 운동장을 향했다.
비록 남쪽 끝 고성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매년 첫 마라톤대회고, 이봉주선수가 연습한다는 멋진 바닷가 주로가 워낙 유명해서 전국 각지에서 달림이들이 모이는데 워낙 강호 무림의 고수들이 많이 참가해서 서브-3가 몇백명씩 참가하고 4시간대에 뛰면 거의 끝으머리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 "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고야 그 먼 곳까지 갈리 없지..."

오전 9시.
이천명이 넘는 마라토너들이 일제히 출발했다.
참가 인원이 많지 않으니 그저 자기 실력껏 잘뛰는 사람은 앞줄에서 우리처럼 잘 못뛰는 사람은 뒷줄에서 출발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을 달리는데 마을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길가에 나와 열심히 박수도치고 응원을 해준다.
얕으막한 언덕을 넘어 벌판을 달려서 5km 지점에서 간단히 물을 한모금 마시고 다시 10지점을 향했다.

몸은 가볍게 느껴졌으며 기온은 영상 2-3도 정도.
달리기에 딱 맞는 온도다.
5km까지 1km 당 5분29초. (5km 기록 27분24초.)
계속 5분 30초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다.
연습때는 6분 페메를 따라가는데도 헐떡거렸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크게 힘들이지 않고 5분 30초 이내로 페이스를 유지했다.

약 8km지점에서부터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사라지고 바다가 나타났다.
마치 큰 호수 같은 조용한 바다. 건너편에 높고 낮은 산이 멀리 바라 보이고 나도 모르게 - "내고향 남쪽바다. 그푸른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요. " - 멋진 풍광은 정말 그 가곡 가사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노래의 가사가 된 그 바다가 마산 앞바다라 했으니 여기서 바로 멀지 않은 곳이다.
약간 흐린 베이지색 하늘아래 펼쳐져있는 넓은 바다는 온화한 느김을 더해주어 환상적인 느낌을 주었는데 마치 꿈속을 달리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에 빠져서 계속 노래가락을 읖조리며 계속 달렸다.

약 20km지점까지 조용한 바닷가를 달리다가 약간 내륙으로 들어간 곳이 반환점. 그곳까지 걸린 시간 1시간 53분 50초.거의 정확한 1km 5분 30초 페이스다. 반환점 앞 200m지점에서 먼저 턴한 정선수와 뒤이어 반환점 앞 30m 정도에서 턴한 차오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는데 나중에 반환점 기록은 정선수 1시간50분58초, 차오선수 1시간 52분36초 였다.

이후 30km까지 계속 5분30초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힘이 점차 빠지더니1km당 6분, 거기서 35km지점까지가니 6분 30초...
바닷가의 멋진 풍경도 더이상 멋지지 않았고 나는 그저 4시간대 초반의 완주 희망밖에 남지 않았다.
약 35km지점에서 힘없이 터덜터덜 뛰고있는데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났다.
친구 피아오가 힘찬 발걸음으로 뒤에서 달려와 "야! 힘내. 아직 열심히 뛰면 서브-4 안에 들어가니까 마지막까지 힘내서 뛰자." 하면서 하나. 둘.. 셋..넷..구령을 붙여가며 내닿는다. 그를 따라 40km 까지 달려왔는데 거기서부터는 도저히 피아오 페이스를 따라갈 수 없었다. - 너무 힘이 빠져서.

그에게 먼저 가라하고 다시 느린 내 본연의 페이스로 편하게 달렸다.
운동장까지 들어와 마지막으로 도는 트랙은 왜 그리도 긴지...
하여간 끝까지 달려서 휘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먼저 달려간 차오는 대망의 서브-4 달성. 3시간 58분47초.
나는 4시간 1분 45초. (1541번/ 1984 중)
피아오는 4시간 42초.

고성 마라톤대회는 다시 잘 달릴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겨준 레이스였다.
2008년 시작을 남쪽 바다에서 기분좋게 뛰었으니 앞으로 서브-4를 다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