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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3장 (2/10)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복생당 둘째 주인 쓰마쿠였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해?"그는 자기가 물었으면서, 우리 누나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바로 대답했다."오라, 얼음에 구멍을 뚫고 있구나. 이게 어떻게 너희 같은 여자애들이 할 일이냐?!"그는 썰매에 탄 사람들에게 고함쳤다. "모두 내려와! 우리 이웃이 얼음에 구멍 뚫는 걸 도와줘라. 마침 잘 됐다. 우리들 몽고 말에게도 물을 먹이자." ​수십 명의 덩치 큰 남자들이 썰매에서 내렸다.그들은 큰 소리로 기침을 하고 침을 뱉었다.몇 명은 무릎을 꿇고,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꺼내 팍팍팍 얼음을 찍었다. 얼음가루가 튀고 얼음 위에 하얗게 찍은 자국들이 나타났다.어떤 구레나룻 사내가 도끼날을 만지며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쓰마 큰 형님. 이렇게 찍다간..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3장 (1/10) 여인의 노쇠는 유방에서 시작되고, 유방의 노쇠는 유두에서 시작된다.큰 누나의 야반도주로 인하여 모친의 한결같이 아름답게 불뚝 솟아있던 분홍색 유두는 갑자기 성숙한 벼 이삭이 머리를 숙이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분홍 색깔도 대추색으로 변했다.그러는 사이에 유방에서 솟아 나오는 젖의 양도 감소했고, 유즙의 맛도 지난날의 신선한 향기와 맛을 잃었다. 싱거운 유즙에는 썩은 나무의 숨결이 났다.다행히, 이어지는 시간의 빠른 흐름에 모친의 심정은 점점 호전되었으며, 특히 커다란 민물장어를 먹고 난 다음에는 아래로 쳐졌던 유두가 천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짙게 변했던 색깔도 점점 엷어지기 시작했고, 솟아나는 젖의 양도 가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하지만 불안했던 것은 이번의 노쇠가 결국 유두와 유방..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2장 (5/5) 손씨네 큰 벙어리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모친에게 경탄을 표시했다.그의 입에서 짧은 음절들도 흘러나오며, 모친에 대한 경탄을 엄지 척으로 표시한 것을 보충했다.그녀는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벙어리에게 말했다."넌 이제 가거라."벙어리는 팔을 휘두르더니 발로 허공을 찼다.모친은 그의 집 방향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너 이제 가도 돼!"​벙어리는 모친의 의사를 알아차렸고, 나에게 장난스럽게 귀신 흉내를 냈다. 그의 윗입술에 더부룩하게 난  짧은 수염은 마치 파란색 기름을 바른 것 같아 보였다.그는 나무를 기어 오르는 동작을 정확하게 흉내 내었고, 새가 날아가는 동작을 정확하게 흉내 내었다. 그런 다음 손에 펄럭펄럭 뛰는 작은 새를 쥐고 있는 시늉을 하더니 웃으며 나를 가리키고, 또 자기 ..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2장 (4/5) 다음날, 모친은 나를 업고 나는 듯이 환씨 셋째 아저씨네 집으로 달려가서 그에게 간단히 설명했다손 씨 큰고모에게 목숨을 구한 은혜를 입었으니, 거기 대한 답례로 손 씨 집의 제일 큰 벙어리  ----  손에 칼을 들고 까마귀 떼와 분전했던 영웅  ---- 와 상관라이디의 혼인을  허락하겠다고 했다.혼약을 매듭짓기 위해, 오늘 약혼을  하고, 둘째 날 혼수를 보내고, 세쨋날 혼례를 치르자고 했다. 환씨 셋째 아저씨는 얼떨해서 모친을 바라보았다.모친이 말했다."아저씨, 자세한 이유는 묻지 마세요. 매파에게 답례할 술은 아저씨에게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오."환씨 셋째가 말했다. "뭣 때문에 그래?"모친이 말했다. "아저씨. 묻지 마시라니까요. 아저씨께서 큰 벙어리에게 점심때 우리 집에 약혼하러 가라고 하시면 ..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2장 (3/5) 큰 누나는 그 나이 또래에서 절대 어울리지 않는 독한 말을 했다. "내가 당신네 상관네 집에서 가축처럼 일했으니, 그걸로 됐어요!"​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모친은 깜짝 놀랐다.모친은 찬찬히, 분노로 얼굴이 빨개진 큰누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고, 또 여우꼬리를 단단히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보았다. 모친의 손은 내 주위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아궁이를 청소할 때 쓰는 대나무 빗자루를 찾아서, 그것을 번쩍 쳐들고 갈팡질팡하며 말했다. "네 말과 정 반대야. 정 반대. 내가 널 가만두나 봐라!" ​모친은 몸을 솟그치더니 온돌에서 내려와 빗자루를 들고 큰 누나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큰 누나는 머리를 쭉 내밀었을 뿐, 도망가거나 반항하지 않았다.모친의 손은 공중에서 그대로 경직되어, 내려올 때는 이미 약하고 힘이..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2장 (2/5) 샤우에량이 실종 삼일 만에 그의 검은 나귀를 끌고 우리 집 정원에 다시 돌아왔다.그의 나귀에는 두 개의 뚱뚱한 담자색 커다란 짐이 두 개 실려있었는데 포장한 틈바구니로 알록달록한 색갈이 보였다."수양어머니!" 그가 다시 부드럽게 불렀다.모친은 뒤돌아서서 이 한쪽  어깨가 구부정한 남자의 까맣고 삐쩍 마른 얼굴 위에 떠오른 어색한 웃음을 보았다.그녀는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샤 대장. 내가 여러 번 말했지 않아요? 나는 댁의 수양 엄마가 아니라고."샤우에량은 전혀 움추러들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수양어머니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좋은 분이시죠. 저를 마음에 안 들어하시지만 저는 어머니께 큰 효심을 갖고 있습니다."그는 말을 하면서, 두 명의 조총대원을 소리쳐 부르더니 나귀 등에서 짐을 내리고, 교당으로 .. 더보기
네팔에서 배워 온 작은 지혜 해발 3700m,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롯지.이곳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여정에서 마지막 롯지이다.우리는 이날 오후에 이곳에 도착하여, 차를 마시기도 하고 세계 각지에서 온 등산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뜻밖에 우리 일행 중 한 친구에게 고소증세가 발생했다. 산을 잘 모르는 사람은 고소증세와 고소공포증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고소 증세는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희박한 공기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고, 먹지도 못 하고, 폐에 물이 차기도 하는 목숨이 위협받는 심각한 증세인 반면 고소공포증이란 그저 높은데 올라가면 겁이 나서 심장이 덜덜 떨리다가 내려오면 아무렇지도 않은 별거 아닌 증세이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친구는 전날부터 고소증세가 왔다고 .. 더보기
대룩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2장 (1/5)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부터 모친은 그녀의 시어머니 상관뤼스의 남색 비단 솜 저고리를 입기 시작했다.이 솜저고리는 원래는 상관뤼스의 육십 세 생일날, 마을의 네 손자가 빙에 가득 찬 늙은 여인의 도움으로 바느질해서 만든 수의였는데, 지금은 모친의 겨울 옷으로 바뀌었다.모친은 솜 저고리 앞섶, 정면의 젖 먹이는 곳을 가위로 잘라 두 개의 동그란 구멍을 내서, 두 개의 젖이 노출되도록 하여, 내가 아무 때나 빨아먹기 편하도록 했다.가을에 일어났던, 모친의 두 젖이 참혹하게 유린당하고, 말로야 목사가 건물에서 투신 자살했던 일은 나를 분노하게 했지만, 늘 그렇듯이 재난이란 결국 지나기기 마련이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유방은 영원히 훼손될 수 없었다.유방은 어떤 사람들처럼 영원히 젊고, 큰 소나무처럼 언제나 울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