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누나가 제일 먼저 울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우리를 가슴 아프게 했다.
새의 신이 절벽 아래로 날아갔다. 이건 누가 봐도 자연스러운 일인데, 울기는 왜 우나?
곧이어 숨어서 못된 짓이나 꾸미고, 세상을 우습게 보는 큰 누나가 울었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여덟째 누나마저, 영문을 모르게 대단히 민감하고, 대단히 애절하게 울기 시작했다.
여덟째 누나는 나중에 나에게 그녀가 셋째 누나가 떨어질 때 났던 청아한 소리를 들었다고 했고, 그 소리는 유리 깨지는 소리 같았다고 했다.
흥에 겨워 어쩔 줄 모르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고, 얼굴에 얼음과 서리가 내렸으며, 눈에는 안개가 덮였다.(원문 표현 직역)
둘째 누나가 병사들을 손짓해 불러서 노새를 끌고 오게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노새의 굵고도 짧은 목을 안고, 용감히 말 등에 올라탔다.
그녀가 발끝으로 노새의 배를 차자 노새는 바로 흔들 거리며 뛰어갔다.
쓰마량이 노새를 따라 뛰었으나 두발작도 못 뛰어 어느 병사에게 잡혔다. 병사는 그의 겨드랑이를 끼고, 번쩍 들어 그의 아버지 쓰마쿠가 타고 온 말 등에 가까스로 앉혔다.
우리는 한 무리의 패잔병처럼 비실비실 와우령을 내려갔다.
이 시각, 배빗과 상관니엔디는 하얀 구름에 가려진 채 무얼 바쁘게 하고 있을까?
노새를 타고 산을 내려가는 길 내내, 나는 머리를 쥐어짜 내며 상관니엔디와 배빗이 낙하산 속에 있는 정경을 상상하느라 애썼다.
그가 그녀 옆에 꿇어앉아 손가락으로 강아지풀을 잡고, 더부룩한 풀이삭으로 그녀의 유방을 구슬리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반듯이 누워 눈을 감고, 기분이 좋아서 흥얼거리며, 사람이 작은 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때처럼, 그를 바라보며 발을 번쩍 들고 꼬리로 초지를 탁탁 치며, 미국 놈 덜렁이 배빗에게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내가 풀 이삭으로 그녀를 집적거렸을 때, 그녀는 내 엉덩이를 사정없이 후려 쳤었지 않나?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가슴속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분노라고 하기엔 불완전하고, 거기 더해서 음탕한 감정도 들었다. 마치 불꽃이 무더기 무더기 일어나서 내 마음을 태우는 것 같았다.
"개 년!"나는 욕을 내뱉으며 동시에 맹렬히 두 손을 한데 모았다. 마치 내가 그녀의 목을 조르기라도 하는 것같이.
상관라이디는 노새 위에서 얼굴을 돌리고 물었다. "너 왜 그래?"
급하게 산을 내려가는라고 병사들은 나를 그녀 뒤쪽에 올려놓았다. 나는 상관라이디의 차가운 허리를 꽉 껴안았고, 그녀의 말라빠진 등에 얼굴을 기대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배빗, 배빗, 미국 놈 배빗... 그놈이 여섯째 누나를 몸으로 덮었을 거야."
우리는 크게 원을 그리며 절벽 아래로 돌아내려왔다.
쓰마쿠와 배빗은 이미 몸에 묶은 밧줄을 풀었고, 고개를 떨구고 서서 그들 앞에 있는, 절벽 밑에 특히 무성하게 자라난 푸른 풀을 보았다.
그 풀더미 속에 셋째 누나가 박혀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몸은 진흙에 빠져있었는데, 그녀 주위에는 검은색 진흙이 튀어 있었고 푸른 풀들은 뿌리가 뽑혀 있었다.
새의 표정은 이미 그녀의 얼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고, 얼굴은 편안해 보였으며, 미소 짓는 표정이었다.
두 줄기 서늘한 광선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뿜어 나오며 예리하게 내 가슴을 꿰뚫고들어와, 내 마음을 찔렀다.
그녀의 얼굴색은 창백했고, 이마와 입술은 마치 백악을 한 겹 칠해놓은 것 같았다.
몇 줄기 실 같은 피가 그녀의 콧구멍과 귀, 눈가에 흘러나와 있었다.
몇 마리의 빨간 개미가 그녀의 얼굴 위에서 불안스럽게 기어 다녔다.
이곳은 가축을 치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라, 풀이 무성했고, 꽃은 흐드러지게 피었으며, 벌 나비가 창궐했다. 달착지근한 썩은 냄새가 우리들의 가슴속으로 가득 흘러들어왔다.
십수 미터 앞쪽에 똑바로 서있는 홍걸 색 절벽, 절벽 뿌리 부분은 쑥 들어가 있었고 검은 물이 고여 있었다. 석벽의 물방울들이 물 웅덩이에 떨어지며 퐁당퐁당 소리가 났다.
둘째 누나가 다리를 휘청거리며 달려가, 셋째 누나 옆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소리쳤다. "셋째야, 셋째야.... "
둘째 누나는 손을 뻗어 셋째 누나의 목덜이 아래에 넣었는데 미치 그녀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셋째 누나의 목은 마치 고무줄같이 부드러워져서 길게 잡아당겨졌다.
둘째 누나의 팔 오금 안에 걸려있는 그녀의 머리는 마치 하나의 죽은 기러기 머리 같았다.
둘째 누나는 바로 셋째 누나의 머리를 원래의 자리에 놓고, 셋째 누나의 손을 잡았다. 손 역시 고무같이 축 늘어졌다.
둘째 누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면서 소리쳤다. "셋째야, 셋째야. 네가 이렇게 가는구나..."
첫째 누나는 울지 않았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녀는 셋째 누나 옆에 꿇어앉더니 고개를 들고, 둘러싸고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초점이 없고, 산만했으며 시선 깊이가 얕았다.
나는 그녀가 한숨을 쉬며 손 가는 대로 뒤로 손을 뻗어 한 송이의 계란만 한 자홍색 방울꽃을 따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그 꽃으로 셋째 누나의 콧구멍에서 흘러나온 피를 닦았고, 콧구멍을 닦은 다음에는 눈 가를 닦았고, 눈 가를 닦은 다음에는 귀를 닦았다. 피가 흐른 구멍들을 다 닦은 다음, 그 자홍색 방울꽃을 자신의 앞으로 치켜들고, 뾰족한 코로 여러 번 되풀이해 가며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냄새를 맡고 또 맡았는데, 나는 그녀의 얼굴에 기괴하고 근거 없는 웃는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어떤 경계에 이른 도취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광채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나는 희미하게나마, 새의 신의 세속을 초탈한 정신이 자홍색 방울꽃을 통해서 상관라이디의 몸에 전이되고 있다고 느꼈다.
제일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여섯째 누나였다.
그녀는 구경꾼 무리를 헤치고 느릿느릿 셋째 누나의 시신 옆으로 오더니, 꿇어앉지도 않았으며 곡을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머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땋은 머리끝을 만졌는데, 얼굴이 빨개졌다 하얘졌다 했고,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 아가씨 같았다.
그녀는 이미 풍만한 몸매의 아가씨가 되어있었다. 그녀의 머리칼은 까맣고 반지르르했으며, 엉덩이가 높이 솟아있어서 마치 꼬리뼈에 하나의 화려한 붉은 꼬리를 쳐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둘째 누나가 보내준 흰색 비단 치바오를 입고 있었는데, 치바오의 옆자락이 높이 터져있어서 늘씬한 다리 선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녀는 맨발이었고, 종아리에는 날카로운 삘기에 긁힌 팔간 자국들이 남아있었다. 치파오의 뒷면은 비벼서 뭉개진 푸른 풀과 야생화로 더럽혀진 흔적이 남아있어서, 붉은색 반점이 여기저기, 푸릇푸릇한 자국들이.... 나의 상상은 끝없이 도약하기도 하고 또 가볍고 부드러운 구름 안에 덮여있는 그녀와 배빗을 꿰뚫어 보기도 하였다. 강아지풀.... 털이 부숭부숭한 꼬리.... 나의 눈동자는 두 마리의 흡혈 말파리처럼 그녀의 가슴을 쏘았다.
상관니엔디의 높이 솟은 유방, 앵두 같은 유두는 하얀 비단 치파오로 인해 과장되게 돌출되었다.
나의 입 속에 시큼한 침이 가득 고였다.
그때부터, 나는 오직 뛰어나게 아름다운 아름다운 유방을 보고 싶은 일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으며,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나는 유방들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그것들을 빨아먹기를 갈망했다.
나는 전 세계의 아름다운 유방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그것들의 가장 충실한 아들이 되기를 갈망했고.... 비로 그 돌출된 곳의 흰 비단에 한 조각의 개의 침 같은 얼룩을 기록하기를 갈망했다.
내 마음속은 칼로 후비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나는 미국 놈 배빗이 여섯째 누나의 유두를 무는 것을 생동감 넘치게, 살아있는 것처럼 목도한 것과 같았다.
그 개새끼의 짙푸른 눈동자는 여섯째 누나의 턱을 올려다보았고, 여섯째 누나의 두 손은 정성스럽게 그의 금빛 반짝이는 머리를 어루만졌다.
바로 그 두 손이 내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렸던 손 아닌가?
나는 기껏해야 가볍게 그녀를 자극했은 뿐이지만, 그는 그녀를 물기까지 했는데....
나의 이런 사악한 고통은 셋째 누나의 죽음에 대하여, 나를 무디게 만들었다.
둘째 누나의 흐느낌은 나를 마음이 번거롭고 정신이 심란하게 했다.
거기다 여덟째 누나의 울음소리는 하늘에서 울려오는 소리처럼 셋째 누나 생전의 소설같이 이상한 경력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배빗이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서자, 나는 훨씬 가까이 이에서, 그의 신선하고 부드러운, 나를 극도로 불쾌하게 만드는 그의 붉은 입술과 발그레한 하얀 털로 덮인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의 하얀 속눈썹, 커다란 코, 긴 목 이런 것들이 하나같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는 두 손을 펼치며, 마치 우리들에게 뭐라도 주려는 것처럼 말했다.
"대단히 유감입니다. 대단히 유감입니다. 이건 내가 상상도 못 한 일인데...."
그는 이상한 어조로 우리들이 알이 듣지 못하는 서양 말을 조금 하더니, 다시 몇 마디 우리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중국말을 했다.
"그녀는 환상증이 있었고, 자기가 새라고 생각했어요. 새가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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