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음력 칠월 칠일이었다.
하늘에서 견우와 직녀가 밀회를 하는 날이다.
집은 덥고 답답했으며, 모기가 어찌나 많은지 발에 밟힐 지경이었다.
모친은 석류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폈다. 우리는 처음에는 돗자리에 앉아있다가, 얼마 후 누워서 모친이 가만가만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녁 무렵, 비가 조금 내렸다.
공기는 습해졌고,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씩 불었다.
석류나무 아래, 잎사귀들이 번쩍했다.
서쪽 사랑채와 동쪽 사랑채에서 병사들이 그들이 자작해 만든 백랍초를 켠 것이다.
모기들은 우리들을 물었고, 모친은 부들로 만든 부채로 모기를 쫓았다.
"오늘은 인간 세상에 있는 모든 까치가 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층층이 머리와 꼬리를 서로 연결하여, 물결치는 은하수에 오작교를 놓는단다.
직녀와 견우가 이 오작교를 건너가 만나는데, 이때, 비와 이슬이 내리면 그건 그들이 서로 그리워하며 흘린 눈물이지."
모친이 조용히 이야기하는 가운데, 나와 상관니엔디, 거기다 쓰마쿠의 아들까지 별빛 찬란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별이 어느 별인지 찾았다.
여덟째 상관위뉘도 비록 눈은 멀었지만, 고개를 쳐들었는데, 그의 눈은 별보다 더 반짝였다.
골목에서 보초를 교대하고 온 병사의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먼 들판에서는 개구리 우는 소리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벽 쪽에 있는 제비콩 줄기를 올리는 대 위에서 여치 한 마리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캄캄한 밤, 공중에서 큰 새들이 거칠고 우악스럽게 날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것들의 분명치 않은 하얀 모습을 보았고, 그것들의 깃털이 마찰하며 내는 '착착' 소리를 들었다.
박쥐들이 흥분해서 쯧쯧 거렸다.
물 방울이 나뭇잎 위에서 투둑투둑 떨어졌다.
샤자오화는 모친 품 안에서 규칙적으로 색색 코를 골고 있었다.
동쪽 사랑채에서는 상관링디가 고양이 같은 소리를 냈고, 벙어리의 커다란 그림자가 등불에 어른거렸다.
그녀와 그는 이미 혼례를 마쳤다.
장 정치위원이 결혼 주례를 맡았다.
새의 신위를 모신 정실이 상관링디와 벙어리가 마음껏 환희를 즐기는 신방이 되었다.
새의 신은 자주 반라의 몸으로 정원에 걸어 나왔다.
어떤 병사가 새의 신의 유방을 훔쳐보며 정신이 팔려있다가, 벙어리에게 들켜, 하마터면 목이 비틀려 끊어질 뻔했다.
"밤이 깊었으니 방으로 들어가 지자." 모친이 말했다.
"방은 덥고 모기도 많으니 우리 여기서 자요." 여섯째 누나가 말했다.
모친이 말했다. "안돼. 이슬이 너희들을 상하게 할 거야 다시 말해서 공중에는 처녀를 겁탈하는 사람이 있어.... 공중에서 어떤 사람이 의논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꽃이 있으니까 따자. 돌아와서 다시 따자. 의논하는 건 거미 요정이야. 전문적으로 규방 처녀를 겁탈하지."
우리들은 온돌에 누웠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덟째 누나 상관위뉘는 오히려 흔연히 잠에 떨어졌고, 입가에 침까지 한 줄 흘렸다.
모깃불로 태우는 쑥 연기가 코를 찔렀다.
병사들이 창가에 켜놓은 촛불 빛이 우리 창까지 환하게 밝게 비쳐서, 우리는 어렴풋하게 정원 풍물을 볼 수 있었다.
상관라이디가 사람을 시켜 보낸 바다 생선이 냄새를 풍겼는데, 변소 안에서 발효되어 고약한 냄새를 발산했다.
그녀는 이밖에도 많은 재물을 보냈다. 그중에는, 포목 주단도 있었고, 골동품 가구도 있었는데 모두 폭파대대가 몰수했다.
안채 방의 문빗장이 가볍게 울렸다.
"누구야?!" 모친이 사납게 한마디 외치며, 손 가는 대로 아랫목에서 더듬더듬 식칼을 찾았다.
그러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우리 귀가 잘못 들었는지도 모른다.
모친은 식칼을 원래 있던 곳에 도로 갖다 놓았다.
쑥을 태운 모깃불이 계속해서 아궁이 앞에서 얼마 남지 않은 검붉은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돌연, 마르고 긴 검은 그림자가 온돌 앞에서 일어섰다.
모친이 놀라 소리쳤다. 여섯째 누나도 놀라 소리쳤다.
검은 그림자는 온돌로 달려들어 모친의 입을 막았다.
모친이 발버둥 치며 식칼을 더듬어 찾아서 막 내리치려다가, 검은 그림자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 나 라이디예요.... 라이디라고요.... "
모친은 식칼을 온돌 위에 까는 자리에 떨어뜨렸다.
큰 누나가 왔다!
큰 누나는 온돌에 무릎을 꿇었고, 흐느낌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는 놀라서 어렴풋하고 분명하지 않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있는 많은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을 보았다.
"라이디.... 우리 큰 딸.... 정알 너야? 네가 귀신이냐? 네가 귀신이라도 엄마는 안 무섭다. 나한테 보여라....."
모친은 아랫목에서 성냥을 더듬어 찾았다.
큰누나는 모친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불 켜면 안 돼요."
"라이디야. 이 모진 것아. 너는 샤 (沙)가 놈을 따라서 어디로 도망친 거냐? 엄마를 이렇게 고생시키고!"
"엄마 말하긴 너무 길어요." 큰 누나가 말했다. "내 딸은요?"
모친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샤자오화를 큰 누나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너도 에미냐? 낳기만 하고 기르지도 않으면서.... 짐승도 그러지는 않아.... 그 애 때문에, 네 넷째 동생과 일곱째 동생까지...."
"엄마, 난 엄마와 우리 집에서 받은 큰 은혜를 어느 날 꼭 갚을 거예요. 넷째와 일곱째 동생에게도 꼭 보답할 거예요."
이때, 여섯째 누나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큰 언니."
큰 누나는 샤자오화의 얼굴에서 고개를 들고, 여섯째 누나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했다.
"여섯째야. 진통과 위뉘는? 진통과 위뉘가 아직 큰 누나를 기억할까?"
모친이 말했다. "만약에 폭파대대가 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집은 벌써 굶어 죽었을 거야...."
큰 누나가 말했다. "엄마, 장(将)가와 루(鲁)가는 나쁜 놈들이에요. 사람도 아니에요."
모친이 말했다. "우리에게 박하게 대하지 않은 사람에게, 양심을 속이고 말하면 안 된다."
큰 누나가 말했다. "엄마, 이건 그들이 꾸민 음모예요. 그들은 샤우에량에게 투항을 압박하는 편지를 보냈어요. 만약 투항하지 않으면 우리 딸을 억류하겠다는 거예요."
모친이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 자기들끼리 싸우는데, 아이가 무슨 관계가 있냐?"
큰 누나가 말했다. "엄마. 내가 이렇게 돌아온 건, 딸을 구출하려고 온 거예요. 나는 십몇명과 같이 왔어요. 우린 바로 가야 해요. 루가와 장가가 헛물켜게 해야 하는 거예요. 엄마. 우리에게 베풀어준 은혜는 산만큼 커요. 딸이 나중에 꼭 갚을 거예요. 시간을 길게 끌면 안 좋아요. 딸은 이제 가야만.... "
(원문: 夜长多梦- 직역 밤이 길면 꿈이 많아진다. 길게 끌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의 성어)
큰 누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친은 이미 샤자오화를 도로 뺏았았다.
모친은 화를 내며 말했다. "라이디야. 속임수로 나를 속이려 히지 마라. 처음을 생각해 봐라. 넌 개새끼 던지듯 이 애를 나한테 던져놓고 가지 않았니? 내가 목숨을 내던지고 이 애를 지금까지 길렀더니, 너는 기껏 다된 밥만 먹으러 왔구나. 무슨 루대장, 장 정치위원 어쩌고 거짓말이나 하면서. 너도 엄마라고 생각하냐? 너도 샤우에량처럼 미쳤냐?"
"엄마, 그는 지금 황협군(皇协军: 항일 전쟁 시기에 일본에 협력한 화베이(華北)에 있던 왕정위(汪精衛) 군대의 하나) 여단장이에요. 부하가 천명도 넘어요."
"그가 부하가 몇 명이든, 무슨무슨 장이든 나하고 무슨 상관있냐?" 모친이 말했다. "그에게 직접 와서 안고 가라고 하고, 그에게 말해라. 나무에 걸어 놓았던 산토끼들을 도로 가져가라고."
"엄마." 큰 누나가 말했다. "이건 천군만마 같은 큰 일이에요. 어리석은 일 하지 마세요."
모친이 말했다. "난 어리석게 반평생 살았다. 천군만마든 만마천군이든 아무 상관없다. 난 그저 샤자오화를 내가 키워야 한다는 것만 안다. 이 애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순 없어."
큰 누나는 단번에 아이를 낚아채었다.
그녀는 몸을 날려 온돌아래로 내려가더니, 밖으로 뛰어갔다.
모친이 크게 욕을 했다 ."나쁜 것. 아기를 뺏아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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