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의 나날은 기쁨과 환희의 날 들이었고, 쓰마쿠의 철교 폭파 잔해물을 전시하던 때보다 훨씬 더 시끌벅쩍했다.
폭파대대에는 인재들이 많아서 창가를 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피리를 불고 퉁소를 불고 거문고를 타는 사람까지, 어떤 재인(才人: 재간꾼)도 다 있었다.
촌 마을의 빈 벽마다 석회를 탄 물로 큰 글씨 표어를 써놓았다.
매일 새벽, 네 명의 소년병이 쓰마 집의 전망대에 기어올라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나팔 부는 것이 '음메 음메' 소 울음소리 같더니, 점점 부는 것이 '깽깽깽깽' 강아지 울음 소리 같아졌고, 마지막에는 부는 것이 간드러지게 올라갔나 내려갔다, 높낮이가 서로 다르게, 구성진 곡조로 불어 제쳤다.
소년병들은 가슴을 부풀리고, 고개를 쳐든 채 목을 똑바로 세우고, 뺨을 부풀려 볼록하게 했다. 금빛 트럼펫에는 빨간 명주 술을 달아서 더욱 위풍당당하고 이름다웠다.
네 명의 소년 나팔수들 가운데서도 마통(马童)이라고 하는 소년이 제일 아름다웠다. 작은 입을 내밀면, 뺨에 두 개의 보조개가 생겼고, 두 귀가 바람에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는 활발하고 움직이기를 좋아했으며, 말을 꿀을 바른 것처럼 달콤하게 했다.
그는 촌에서 이십여 명의 아줌마와 대대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그 아줌마들은 그를 보자마자, 두 젖이 부르르 떨렸고, 젖꼭지를 그의 입에 밀어 넣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
마통이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는데, 분대장에게 명령을 전달하러 왔었다.
그날 나는 석류나무아래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개미가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도 호기심이 나서 무릎을 꿇고 나와 함께 보았다.
그의 눈초리는 나보다 훨씬 집중했고, 그의 손가락으로 개미를 잡아 죽이는 기술은 나보다 훨씬 능숙했다. 그는 나를 데리고 개미굴에 오줌을 갈겼다.
우리 머리 위에는 나무 한가득 화염 같은 석류꽃이 피어있었고,
시절은 4월, 화창한 봄 날씨,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오갔으며,
나른한 남풍 속에, 떼를 이룬 집 제비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모친은 예언했다.
마통같이 예쁘고 영민한 아이는 거지반 장수하지 못한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면, 사람으로서의 이익을 너무 빨리 소모해 버리기 때문이라 했다.
과연 모친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어느 하늘 가득, 별이 초롱초롱 빛나던 깊은 밤에, 큰 거리에서 갑자기 그 소년이 높은 소리로 울부짖는 소리가 밤하늘에 울렸다.
"루 대장님, 장 정치위원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저는 삼대독자예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하나뿐인 손자며, 우리 아빠 엄마의 하나뿐이 아들이에요...., 저를 죽이면 우리 마 씨 집안의 손이 끊어져요...,
쑨 아줌마, 이 아줌마, 주이 아줌마, 아줌마들 어디 있어요? 모두 나와서 나 좀 살려주세요.... 주이 아줌마는 대대장님과 친하지 않아요! 내 목숨 좀 구해주세요.... 마통은 계속 슬피 울면서 마을을 벗어났다.
맑게 총소리가 한방 울렸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이 신선 같은 어린 나팔수는 이때부터 사라졌다.
그 많은 아줌마들도 그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그의 죄명은 총알을 훔쳐 판 죄였다.
다음날 큰 거리에 주홍색 관이 하나 놓였다.
마차가 한대 서 있었다
한 무리의 사병들이 관을 마차에 실었다.
관은 4촌(13센티 정도)의 두꺼운 편백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아홉 번 니스칠을 했고, 아홉 겹의 천으로 덮여 있었다.
물을 담아 놓으면, 십 년은 새지 않을 것이고, 38식 소총 탄도 뚫지 못할 것이고, 땅에 묻으면 천년은 부패하지 않을 것이다.
관은 아주 무거워 십 수 명의 병사가 관 밑을 들었는데, 소대장 한 명이 선창을 외치자, 모두들 전전긍긍하며 겨우 허리를 폈다.
관을 마차에 싣고 나자 대대본부는 긴장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병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들락거렸지만, 모두 얼굴이 긴장해 팽팽해졌으며,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녔다.
얼마 후, 수염이 하얀 노인이 당나귀를 타고 왔다.
그는 관 옆에서 당나귀를 내렸다.
노인은 관을 철석철석 때리며, 엉엉 울었다.
그의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고, 수염에도 눈물방울이 매달렸다.
이 사람은 마통의 할아버지로 청조 때 향시에 붙은 사람이고, 교양도 매우 있었다.
루 대대장과 장 정치우원이 나가서, 매우 난처해하며 노인 뒤에 섰다.
노인은 실컷 곡을 하고 나서, 고개를 돌려 루와 장을 쳐다보았다.
장이 말했다. "마 선생님, 선생님은 경서도 많이 읽으셨고, 대의(大義)에도 밝으십니다. 우리는 눈물을 뿌리며 마통을 참했습니다."
루도 따라서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마통을 참했습니다."
노인은 루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바늘을 훔친 놈은 도둑이 고, 나라를 훔친 놈은 제후인 거야. 항일 항일하더니 온통 방탕한 생활만 하고 있지 않아!"
장 정치위원이 엄숙히 말했다. "선생님, 우리는 진정한 항일 대오입니다. 줄곳 엄정히 군을 다스려 왔습니다. 분명히 일부 방탕한 대오도 있습니다만, 절대 우리는 아닙니다."
노인은 장 정치위원과 루 대대장을 우회하여, 앙천대소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당나귀가 머리를 숙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관을 실은 마차가 조용히 당나귀 뒤를 따라 출발했다.
마통의 사건은 지진같이 폭파대대의 근본을 흔들었다.
가짜의 안정되고 행복한 느낌은 깨졌다. 마통을 총살하던 총성은 우리에게 사람의 목숨이 벌레 목숨 같은 전란시대임을 일깨워 주었다.
듣기에는 그럴싸한, 군대를 다스리는 적절한 방법으로 무쇠 같은 법 집행을 감행한 마통의 사건은 폭파대대 내부에 부정적인 작용을 했다.
연일 십몇 건의 사병 만취 사고, 구타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집에 주둔한 분대에서도 점점 불만의 감정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왕 씨 성, 분대장은 공공연히 말했다. "마통은 속죄양에 지나지 않아! 그런 어린애가 무슨 무기를 훔쳐 팔았다는 거야? 그 애 할아버지가 향시에 합격한 사람이고, 그 집안에 좋은 밭도 넘쳐나고, 노새와 말도 떼로 있는데 그깟 푼돈이 없었을까? 내가 보기에 그 아이는 아줌마들 손 안에서 죽은 거야. 그 노인 양반도 그렀지 않아? 항일 항일 그러더니 항(抗)을 방탕하게 하고 있다고."
분대장의 불평은 오전에 발생했는데, 오후에 벌써 장 정치위원이 두 명의 호위병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정치 위원은 준엄하게 말했다. "왕무건(王木根), 나와 대대본부로 가자."
왕무건은 눈을 부릅뜨고 그의 부하 병시들을 노려보며 욕을 했다. "어떤 개새끼가 제 아비를 팔아먹었어?"
병사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모두 얼굴색이 하얘졌다.
유일하게 벙어리 쑨부옌만 바보같이 하하 웃으며 정치위원 앞으로 가서, 손짓발짓 그림을 그려 가며 샤우에량이 그의 혼인을 강탈해 간 일을 하소연했다.
정치위원이 말했다. "쑨부옌, 너를 분대장 대행으로 임명한다."
쑨부옌은 머리를 비스듬히 하고 정치위원의 입을 바라보았다.
정치위원이 벙어리의 손을 잡고, 만년필을 꺼내 그의 손바닥 안에 몇 자 적었다.
벙어리는 손바닥을 구부리고 멍청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는 흥분해서 손과 발로 춤을 추었고, 노란 눈동자에서는 광채가 뿜어 나왔다.
왕무건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요란을 떤다고 벙어리가 입을 열어 말을 하겠어?"
정치위원이 호위병에게 손짓했다. 호위병이 용맹하게 앞으로 나오더니, 한쪽에 한 명씩 왕무건을 양편에서 잡았다.
왕무건이 소리쳤다. "너희들도 맷돌을 다 돌리고 나면 잡아 먹히는 나귀 신세야. 내가 철갑 열차를 폭파시켰을 때를 다 잊은 거야."
정치위원은 왕무건의 고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서 벙어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벙어리는 과분한 총애를 받은데 놀라, 가슴을 펴고 정치위원에게 경례했다.
골목 안에 뫙무건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성질나는구먼. 너네들 온돌에 지뢰를 묻어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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