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누나는 문맹퇴치반에 들어가서, 창가(唱歌)를 배워 노래했다.
"십팔 세 처녀가 군대에 들어갔네. 군대에 간 것은 정말 영예롭지.
찰칵 가위로 땋은 머리를 자르고, 얼다오마오(二刀毛: 변발을 자른 짧게 깎은 머리. 남자들은 스포츠머리, 여자들은 귀가 나오는 머리)가 되었네.
보초를 서고, 통행증을 검사해서 매국노가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지."
문맹퇴치반은 교회당에 설치되었다.
검은 나귀 부대가 남겨놓은 나귀똥을 모두 치웠다.
날개 달린 천사들이 모두 없어졌는데, 아마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대추나무로 조각한 예수 역시 없어졌는데, 아마 천당에 올라갔던가,아니면 누가 훔쳐다가 장작을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벽에는 칠판을 걸어 놓았고 칠판에는 흰색의 커다란 글찌가 한 줄 써있었다.
선녀 같은 탕 아가씨가 나무 작대기로 칠판에 있는 글씨를 찌르자 칠판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항(抗) ~~~ 일(日) ~~~ 항 ~~~ 일~~~"
여인들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며, 신발 바닥을 박으며, 삼노끈을 꼬느라 뚝뚝 소리를 내며, 입 속으로 샤오 탕 동지를 따라 중얼중얼했다.
"항일 ~~~ 항일~~~"
나는 여인들이 무더기로 몰려있는 데서 비실대었고, 각양각색의 유방 사이에서 일부러 비틀거렸다.
다섯째 누나가 강단에 뛰어 올라가 단 아래 여인들에게 말했다.
백성들은 물입니다. 백성들의 자제인 병사들은 고기(魚)입니다. 맞습니까? ---- 맞아요----고기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무엇입니까? ---- 고기는 무얼 무서워하죠? 고기는 낚시 바늘을 무서워하나요? 고기는 물수리를 무서워하나요? 고기는 물뱀을 무서워하나요? ---- 고기는 그믈을 제일 무서워합니다! 맞아요. 고기는 그믈을 제일 무서워해요!
여러분들 뒤통수에 있는 게 뭐죠? ---- 머리 쪽 이에요.---- 쪽이 뭐죠? ---- 그믈이에요 ---- 여인들은 여기에 이르자 문득 깨달았다.
그녀들은 얼굴이 빨개졌다 하얘 쳤다 하며, 서로 귀에 입을 대고 재잘거렸다.
"머리 쪽을 잘라서 그믈을 떼내 버립시다. 루 대대장과 장 정치위원을 보호합시다. 그들이 이끄는 철로 폭파대대를 보호합시다.
누가 앞장서겠어요?"
상관펀디가 큰 가위를 높이 치켜들고, 찰칵찰칵 빈 가위질을 했다.
탕 아가씨가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지긋지긋하게 고생해 온 어머니, 아주머니들, 고모 이모님들, 큰 형수 큰 언니들, 우리 부녀자들은 삼천 년간의 압박을 받다가 이제 겨우 허리를 곧게 폈습니다.
후친리엔(胡秦莲). 한번 말해보세요. 당신의 그 고주망태 남편 홍반핑이 아직도 감히 당신을 때리나요?"
얼굴색이 흙색인 젊은 부녀 후친리엔이 아이를 안고 일어났다.
그녀는 강단에 있는 재기 넘치는 여자 병사 탕과 여자병사 상관을 한번 쳐다보더니, 급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안 때려요."
탕 여병사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아주머니 여러분, 다들 들으셨죠? 홍반핑도 이제는 감히 마누라를 때리지 않습니다. 우리 부녀들이 부녀들 가정을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음속에 불평을 품고 있는 여성들을 요.
부녀 여러분, 지금의 이런 평등하고 행복한 생활이 어디서 왔나요? 하늘에서 떨어졌나요? 땅에서 솟았나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모두 아니예요.
진정한 원인은 오직 하나, 그건 바로 폭파 대대가 다란쩐, 가오미 동북향에 와서, 적의 후방에 확고한, 어떤 타격에도 견딜 수 있는 근거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력갱생하고,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면서 투쟁해야 인민 생활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녀자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봉건 미신에 빠지면 안 되며,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건 단지 폭파대대를 위해서 그러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 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그래야 하는 겁니다!
부녀 여러분, 머리 쪽을 잘라 그믈을 걷어 버리고, 모두 '얼다오마오'가 됩시다!"
"엄마, 먼저 나서세요!"
상관펀디가 가위를 잡고 모친에게 다가왔다.
"맞아, 상관집, 큰 아주머니께서 '얼다오마오'가 된다면 우리도 모두 따라 자를 거야." 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엄마 솔선수범하세요." 다섯째 누나가 말했다.
모친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잘라라. 펀디야. 폭파대대를 위해 좋은 거라면 머리 쪽 자르는 게 무슨 문제겠니? 두 손가락을 자른대도 겁나지 않는다!"
탕 여자 병사는 모친의 솔선수범에 박수를 쳤다.
여인들도 이에 호응해서 박수를 쳤다.
다섯째 누나가 모친의 머리 쪽을 풀어헤치자 한 뭉텅이로 둥글게 뭉친 검은 머리카락이 모친의 목 아래로 매달렸다.
모친은 벽에 있는 거의 벌거벗은 몸의 마리아라고 부르는 성모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엄숙하고, 걱정스럽고, 평온하고, 압박을 참고 견뎌내며, 스스로 알고 자신이 원해서 하는 희생.
내가 세례 받았던 교당 안에는 오래되고 부패한 나귀 똥 냄새가 났고, 큰 나무 함지에서는, 말로야 목사가 나와 여덟째 누나에게 세례를 베풀던 지난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펀디, 잘라라. 너 왜 머뭇거리니?" 모친이 말했다.
그러자 상관펀디의 커다란 가위가 큰 입을 쩍 벌리고, 모친의 머리카락을 덥석 물었다. '찰칵, 찰칵, 찰칵.'
모친이 머리를 들었다. 얼다오마오(二刀毛)가 된 것이다.
머리카락 끝이 귀와 가지런해졌고, 가늘고 긴 목이 한눈에 드러났다.
갑자기 묵직하던 머리 쪽의 번거로움이 떨어져 나가자, 모친의 머리는 가볍고 날렵해 보였다. 듬직함은 사라지고, 약간 경솔하고, 움직임이 경박하게 보였는데, 의외로 약간은 새의 신 모습 같기도 했다.
모친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탕 여자병사가 허리춤에서 동그란 작은 거울을 꺼내서 모친의 얼굴을 비춰 보여주자, 모친은 쑥스러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얼굴을 따라가며 비취주자,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거울 안에 있는 '얼다오마오'와 몇 배나 작아진 것 같은 머리를 보았고, 급히 얼굴을 돌렸다.
"예쁘죠?" 탕 여자 병사가 물었다.
"흉해 죽겠어요...." 모친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상관 집 큰 아주머니까지 머리를 자르고 얼다오마오를 했는데, 아주머니들은 뭘 망설입니까?"
탕 여자병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자르세요. 자르는 게 시대의 추세를 따르는 겁니다. 매번 왕조가 바뀔 때마다 머리 모양은 바뀌는 겁니다."
"나도 잘라 주세요. 내 차례예요." 찰칵찰칵.
경탄 소리가 났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머리타래를 줍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머리카락들이 너무 많았다.
검은 것, 노란 것, 굵은 것, 가는 것,.
굵은 것은 반드시 단단하고 검었다. 가는 것은 반드시 부드럽고 황색이었다.
땅바닥 가득 널린 머리카락 중에서 모친의 머리카락이 제일 좋은 것으로 손꼽혔다.
모친의 머리카락 끝에서는 기름이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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