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오전 10시쯤 혼자 별생각 없이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여주행 전철을 탔다.
전철은 이천(利川)을 지나가는데 내가 살아오면서 인연이 깊은 이천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나?
이천에 내리니 마침 눈이 펑펑 내렸다. 이천 역은 쌀알을 형상화한 듯 동그랗고 예쁘다.
전철역은 벌판 한가운데 있었고 시내에 가려면 버스로 가야 하는 것 같다.
역사를 나와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걸었다. 혼자하는 여행은 이럴 때 참 좋다. 만약 일행이 있었다면 왜 이천에 내려야 하는지, 왜 눈 속을 걸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 답도 없다 그냥 그래 본 것일 뿐;
삼십 분 정도 눈 속을 걸어 다니다 12시경 다시 여주행 전철에 올랐다.
이천에서 얼마 안가서 세종대왕릉 역에 내렸다. 여주 가는 전철은 텅텅 비었고 역에 내리는 사람도 나밖에 없다.
여전히 눈은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역사 밖으로 나가니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세종대왕릉 가는 길을 물었다. 그는 약간 난감해하며 눈도 오고, 길도 멀어걸어가기 힘들 거라고 한다. 역 앞에 있는 안내판에는 세종대왕릉까지 약 5km 되는 것으로 되어있디
하여간 가르쳐 준대로 눈길을 걸어갔다.
느티나무아래에 빙둘러 의자를 만들어 놓은 작은 동네를 지나가기도 하고, 차가 쌩쌩 달리는 큰길을 걷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동네에서 길을 잃었다. 눈 치우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는데 설명하기 복집한 모양이다.
들어도 잘 모르겠어서 차량용 내비를 켜고 걸어갔다. 세종대왕릉인 영릉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코로나로 휴관 중이어서 그런지 능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따라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안내판에는 봉분까지 950m로 되어 있는데 눈이 쌓여 어디로 올라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도 늦어, 능 관람을 포기하고 주차장 앞 큰 길가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세종대왕릉역으로 되돌아왔다.
눈 속을 홀로 걷는 재미, 일행이 없으니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
혼자 가는 여행의 묘미가 바로 여기 있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주역에서 신륵사,강천보에서 여주역 걷기(2/8) : 지공거사의 나들이 (0) | 2021.03.09 |
---|---|
춘천역에서 의암호수길따라 강촌역까지 (2/1):지공거사의 나들이 (0) | 2021.03.02 |
지공거사의 나들이 - (남춘천) 김유정역 (0) | 2021.01.19 |
지하철 타고 가는 바다여행 City Tour (0) | 2021.01.05 |
노인들의 설악산 가을소풍(10/27~28) (0) | 2020.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