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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색(國色)

32. 온수 속의 청개구리(温水青蛙) - 277 p

"그 나이가 되면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샤오웨이가 겸허하게 말했다.

사실 그녀는 자신에게 아직 얼마간의 자색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청춘은 다시 올 수 없고 외모가 대체로 전보다 못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기 단상에 앉은 사람들을 좀 봐. 네가 적극적으로 접근만하면 대부분 함랏시킬 수 있어." 샤오류는 충동질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색을 밝혀. 이런 본능은 직위가 올라간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거야. 단상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병법에도 있지않아, 적과 싸우려면 먼저 우두머리부터 잡아라. (원문 : 擒贼擒王)

저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잘 보고, 관직이 높은 사람을 선택해서 조수가 되는 거야. 높으면 높을수록 효과가 있지."


"나는 그런 사람들과 달라. 어떻게 그런 일을 생각이나 하겠어." 샤오웨이가 되받아 말했다.


"기관에서 살아가려면, 위로 오르려고 노력해야하는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생을 끝까지 답답하게 지낼 수 밖에 없어." 샤오류가 계속 꼬득이며 말했다.

"너 당장 누구누구만 해도. 학력도 너만 못하지, 능력도 너만 못하지, 업적도 너만 못하지...

하지만, 그애는 기회만 되면 남자들과 낄낄거리고 판을 차리고 놀다가 인간관계 잘하는 것만 가지고 느닷없이 네 윗자리로 올라갔지않아?

너도 다시 노력하지 않으면 그애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도자 자리까지 올라서 주석단 위에 앉아 있을 수도 있는거야.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세월은 인생을 비껴가지 않아.

샤오웨이, 시기를 잘 보고있다가 서둘러 마지막 버스라도 타야 해!"


샤오웨이는 그의 말에 몇마디 아무렇게나 대꾸하며 고개를 한편으로 돌렸다.

샤오류는 자기 농담이 너무 과해서, 상대방이 재미없어 하나보다 생각하고 더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때 샤오웨이의 마음은 격동 쳤고, 머리 속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과거의 일들이 속속 생각났는데, 그녀가 분투하던 장면들이 한장면, 한장면 되살아났다.

그녀는 단상에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단 아래의 사람들이 무엇을 의논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자기가 외롭게 일엽편주를 타고 음산한 망망대해를 끝없이 표류하는 것을 보았다.

광풍이 휘몰아치고, 배는 점점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는데...


회의가 끝나자, 샤오웨이는 공안청 정문 벆으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걸어나왔는지도 몰랐으며, 아무 목표도 없이 유랑자처럼 정문  앞 대로를 휘청거리며 걸었다.


막 공안청에 발령받아 왔을 때는 대로는 낡았고 길 양편은 휑둥그레 비어 있었지만, 그때 그녀는 매일 이 길을 마음 뿌듯하게 걸었었다.

나중에 길이 훨씬 근사하게 보수되고, 길 양편으로는 감탐나무, 청죽, 그리고 키가 큰 녹나무가 심어져 길이 아름다워지자 시심(詩心)이 절로 우러 났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무덤덤해지기 시작했고, 낙담히게 되었다.

오늘에 와서는, 길 양편으로 잘 조성된멋진 풍경은 그녀와 아무 상관없는, 그녀의 내면세계와는 동떨어진 곳처럼 여겨졌다. 


두마리의 새가 우짖으며 그녀의 머리 위에서 먹이를 다투었다.

무언가 그녀의 머리로 떨어지며 데구르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녀가 집어서 들여다보니, 세개의 알이 크고 검붉은 녹나무 열매였는데 그중 하나는 새가 쪼아먹은 흔적이 있었다.

새들은 행복하다. 저들은 오늘 잘 익은 놀나무 열매를 버렸지만, 내일 와서 다시 따 먹으면 된다.

맛있는 음식을 대하고서도, 저들은 이미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처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