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5. 오전 8시 45분. 집에서 출발.
다니던 사무실을 3월 말로 끝내고, 우두커니 집에 있자니 화창한 봄 날씨가 너무 좋았다.
집 앞 산보길에 봐둔 안양천 ~ 한강까지 28.5km 표지판이 문득 떠올라 한번 걸어가 봐야지 하는 생각이 났다.
중국 쓰꾸냥 산 등반훈련히는 셈치고, 배낭에 1kg 물을 담고, 냉장고에서 먹다 남은 빵 반족을 꺼내 배낭에 넣고, 카메라를 메고 길을 나섰다.
짐 무게는 물과 카메라, 오렌지 한개, 비상식 등 모두 5kg 정도되는 것 같다.
오늘 나선 길은 쓰꾸냥산에 가기 위해 새로 산 등산화를 발에 맞추기 위한 목적도 있고, 또 30km쯤 걷는 것이 뭐 대수겠나싶어 별 생각 없이 나섰다.
막상 길에 들어서니 평일 오전인데도 젊은 사람들의 자전거 팀이 줄지어 쌩쌩 다녔고, 운동삼아 걷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꽤 많았다.
아 하! 나만 백수가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에 저으기 안심이 되었다.
태양이 환히 비치는 넓은 안양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인덕원에서 안양천을 향해 4km 정도 걸어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다시 본격적인 한강으로 가는 안양천길이 시작된다.
안양천을 따라 걷는 길은 넓은 공터가 나오기도 하고, 하천 폭이 좁아지기도 하는데 대개는 아파트 단지 옆을 지나간다.
웬 아파트는 그리도 만은지!
걷고 또 걸었더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는 경기도 땅을 벗어났는지, 서울 금천구 교회 간판이 표지가 보였다.
여기서 얼마 지나지 않아, 1km가 넘는 뚝길 위로 잘 조성해 놓은 벚꽃길이 나오고 벚꽃구경나온 인파가 길을 가득 메웠다.
출발한지 세시간 정도 지나서 12시 50분쯤, 시흥교 근처에서 담아간 물과 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한후 다시 출발했다.
이윽고 새로 지은 돔 야구장이 보였고, 거기서 계속 걸어가니 목동 고층건물들이 보였다.
쉬지 않고 다시 10km정도 더 걸어가니 드디어 넓은 한강이 눈앞에 나타났다.
내가 일요일마다 달리는 안양천 한강 합수지점 (여의도 기점 6km)이니 너무 익숙한 곳이다.
한강까지 걸어온 거리가 30km정도 되고 다시 2km 정도 더 걸어 선유도역까지 왔으니, 오늘 걸은 거리는 총 32km 정도 된다.
한강까지 30km는 스톱위치로 재었는데 순전히 걷는 시간만 6시간 걸렸고, 이후 여의도 길은 시간을 재지 않았다.
발바닥은 새신을 신고 갑자기 걸어서 양쪽 발바닥 모두 물집이 잡혔고 몸도 상당히 피곤했다.
같은 거리라면 걷는 것이 뛰는 것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 첫 사진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걸어간 순서대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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