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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불심 깊은 날강도 중국 운전기사.

9월 9일, 야딩에서 다오청까지 오던날 당한 에피소드.

우리는 야딩 트레킹을 마치고 오후 여섯시쯤 야딩촌 입구에 내려왔다.

야딩촌 문을 나서니, 문앞에는 하산객들과 이들을 태워 가려는 빵차 삐끼들, 간식거리를 들고 나와 파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한데 뒤엉켜 왁자지껄했다.

나는 삐끼들이 자기 차를 타라고 우루루 붙잡고 달라드는 가운데 그래도 50대 초반의 점잖아  보이는 장족 기사의 차를 타기로 하였다.

보통 야딩에서 다오청까지 가는데 40원에서 50원 하는데, 재작년 왔을 때 일인당 40원에 갔었다.

그래서 일인당 40원에 해달라고 하니 그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였고 내가 다시 한번 다짐려고 6명 240원이라는 것을 확인 시켰다.

 

차에 짐을 싣고 6시 반쯤 야딩을 출발, 약 100km 정도 떨어진 다오청으로 갔는데 야딩에서 차가 막혀서, 보통 두시간 반쯤 걸리는 구간이 세시간이 넘어 걸렸다.

가는 도중, 한시간쯤 차를 달리니 날이 저물어 가기 시작했는데, 기사가 어느 언덕 마을에 차를 차를 세웠다.

어둑어둑한 가운데, 얼핏보아도 마니차(불경을 새긴 돌리는 통)가 여러개 보이는 것이 작은 절 같았다.

그는 우리에게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리더니 절 문 앞에 설치된 불전함에 돈을 넣고 간단히 예불을 드리고 돌아왔다.

우리는 차에 앉아서 그 모습을 보며 '와, 대단히 신심이 깊은 장족 기사구나' 하며 감탄했다.

해도 저물어 가는데 손님을 태우고 가던 빵차 기사가 일부러 절을 찾아가 불전까지 내면서 예불을 드린다는 것은 우리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열시 정도 다오청에 도착하니 거리는 텅 비어있고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총무를 담당한 친구가 240원을 줘야 하는데 잔돈이 없다며 삼백원을 주고 잔돈을 거슬러 달라고 했다.

그랫더니 이 기사가, 잔돈이 없다고 핑게 대는게 아니라 아예 삼백원 받기로 했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내가 나서서 아까 240원이라고 분명히 그러지 않았냐 했더니 짐을 실었기 때문에 300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떼를 썼다.

 

애초에 240원을 주었으면 순순히 갔을 친구가 생떼를 부리는 걸보니 우리가 삼백원을 내는 것을 본 순간 욕심이 동했나보다.

"아이고, 이나이에 중국 외진 곳까지 와서 기사와 싱갱이 하기도 그렇고...."

총무에게 그냥 보내라 하고 돌아섰지만 영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부처님 앞에 누가 보지도 않는데 성큼 불전을 내던 신심 깊은 친구가 날강도로 변하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쪽 편에 서서 최대한 좋게 해석하자면, '원래 시세가 50원이었으니 비록 40원에 가기로 했었지만 그리 미안할 것도 없다' 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