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아가씨와 류즈샤오가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사실은 홍지엔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마치 벽속에서 쥐가 먹을 것을 물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밤새 뒤숭숭했는데 쥐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도 밖으로 튀어 나오지는 않았다.
그는 아슬아슬한 편지를 써서 쑨아가씨에게 보냈다.
친구 입장에서 충고하는데 친구를 사귈때는 신중하게 하라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이런 말도 포함시켰다.
자기를 믿어라, 그녀가 류즈샤오가 좋다고 하면 그녀를 얼마든지 보내 주겠다.
자기는 결코 그녀에게 반해있지 않느니만큼 옆에서 질투가 나서 그러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남의 일에 쓸데 없이 참견하겠나?
전부 자오씬메이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며, 그가 농담으로 한 말이 자기 마음에 파란을 일으켰는데,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이 암시를 받은 것과 같았다.
이일로 주위 사람들 태반이 웃음거리로 얘기를 하게 만들어서 결국 당사자들이 성실히 연애를 시작하도록 하려는 것 같았다.
자기도 알건 다 알며 그렇게 까지 멍청하지는 않다고 했다.
비록 그렇기는 했지만 결국 자기가 손해본 느낌이 들었고, 쑨아가씨가 스스로를 자책할까봐 후회 스럽게 생각했다.
뜻밖에 오후에 누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는데 바로 그녀였다.
홍지엔이 그녀의 얼굴을 보자, 마음속의 원망이 아침해가 뜨면 안개가 사라지는것처럼 모두 사라졌다.
그녀가 여러번 왔었지만 이번처럼 그를 기쁘게 한 적은 없었다.
홍지엔이 말하기를 구이린에서 돌아온 후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이번 겨울 방학을 어떻게 보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홍지엔과 씬메이가 구이린에서 가져온 것을 받고 진작 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오려 했는데 두번이나 몸살이 나서 못왔다고 했다.
오늘은 환아가씨가 책을 갖다주러 오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왔다고 했다.
홍지엔이 웃으며 씬메이에게 보내는 연극 극본책 아니냐 물었더니 쑨아가씨는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홍지엔이 말했다.
"위에 가서 자오 삼촌을 만나 보았어?"
쑨아가씨가 말했다.
"내가 괜히 남의 미움을 살게 뭐 있어요!
나는 위로 올라가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자오선생님을 만나러 간다면서 나에게 위층이냐 아래층이냐 물으며 몇호 실인가 물으면서도 나보고 안내해 달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녀에게 잘 알려 주고, 그녀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으려고 일이 있다는 핑게를 대고 여기 온거예요."
"씬메이는 어쩌면 당신이 안내해 같이 가는걸 고맙다고 할지도 모르지."
"그거 참 큰일 났네요!"
쑨아가씨가 웃는 얼굴로 말한다는 것은 그녀가 결코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시였다.
"그녀가 어제 밤 돌아와서야 난 왕씨 부인이 초대했단 걸 알았어요."
이말은 원래 자주하는 말이지만 그녀는 마음이 복잡한 것 같았고 스스로도 당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서둘러 화제를 바꿔 질문을 했다.
"그 유명한 미인 왕씨 부인을 선생님도 보셨겠네요?"
"어제 일은 왕씨 부부가 자기들 멋대로 - 나는 두번 만났는데 매너는 좋았지만, 그녀가 유명한 미인이라니?
난 오늘 그런 말을 처음 듣는군."
홍지엔이 그녀의 얼굴을 보니 무언가 어색하여 책상위에 있는 그가 독일에서 가져온 Supernorma 네가지색 연필을 만지작거렸다.
쑨아가씨는 연필을 쓰려고 빨간 색연필을 꺼내들고 흡수지 판 여백에 빨간 입술을 한장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날카롭고 긴 열개의 점을 찍었는데 다섯개를 한조로 한 것을 보아 손톱을 그린것 같았고 그밖에 얼굴과 몸체는 없었다.
그녀는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말했다.
"이게 바로 왕씨 부인인데 - 특징만 그린거예요."
홍지엔이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정말 비슷하네, 이런 것까지 생각해 내다니!"
말 한마디의 의미는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바로 이런 것과 같다.
낯선 고양이 한마리가 집에 몰래 숨어 들어와 아무 기척도 없이 조용히 있다가 어느 순간 "야옹"하고 울면 비로소 그놈의 존재를 알게되는 것이다.
홍지엔은 쑨아가씨가 처음으로 말한, 일이 있어 교수 기숙사에 왔다고 하는 의미를 유의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지금에서야 이 한마디 말은 그의 의식에 잠에서 막 개운것같은 충격을 주었다.
아마 그녀가 류즈샤오를 보러 오면서 편하게 자기에게 와서 앉았다 갔는지 모른다.
마음속에 한바탕 질투가 일어났는데 마치 불위에 밤을 구울때 몹시 뜨거워지면 껍데기가 터지는 것과 같았다.
그는 자초지종을 따져 보고 싶은 마음이 급했지만, 친절에서 우러나 꼬치꼬치 묻는 것으로 오해 할까봐 겁이나서 말고리를 돌려 얼뚱한 소리를 했다.
"환아가씨는 내가 어제 그녀와 처음 가까히 마주 했는데 아주 이상한 사람인것 같아.
당신들은 같은 방에서 지내는데 친해, 안친해?"
"그아가씨 눈에는 오직 왕씨 부인만 있었는데 지금은 당연히 자오 삼촌이 추가 되었어요.
황선생님 어제 환아가씨에게 잘 못한거 있어요?"
"난 그런거 없는데. 왜 그러지?"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선생님을 욕했어요. 에 뭐라더라, 빌어먹을! 이건 내가 그대로 옮긴 거예요."
"거 참 이상하네! 그사람이 뭣때문에 나를 왜 욕해?"
쑨아가씨는 웃으며 말했다.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녀가 말하기를 선생님이 말도 안하고, 다른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도 않고, 그저 먹을 것만 밝혔대요."
홍지엔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건 틀린 말이야.
나도 말을 하기는 했어, 많이 하지 않았을 뿐이지.
어제 나는 근본적으로 숫자나 채우러 간거야, 내가 나설 일도 없었고 그래서 자연히 먹는데만 신경을 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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