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의 무대 - 시안 역전.
하남성 성도 정주 역전 풍경 -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적인다.
중국 대도시 기차역에 가면 언제나 광장 가득 운집한 남루한 차림의 사람들이 서성이는 것을 볼수 있다.
이사람들 줌 대부분이 농민공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농민공은 중국 최극빈층에 속하는 농촌출신 노무자들로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4-5억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말한다..
중국에 갈때마다 역앞에 별일 없이 서성이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중국인구가 13억이라더니 정말 사람이 많긴 하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나는 농민공에 대해 평소 별 관심도 없었고 그저 중국에서 농촌에서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사회 하층구조를 이룬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농민공들이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해 심지어 북경에서는 농민공에게 공중 화장실도 사용하지 못하게 벌금을 적용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이 소설을 보고 나니 이들 역시 따뜻한 인간애를 갖고 있는 착한 사람들로 단지 돈이 없어 미래를 알 수 없는 암담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책에 나오는 농민공이 전부 순박하고 착하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이들역시 보편적인 사람들처럼 남에게 사기도 치고 욕심도 부리고 남을 못살게 굴기도 하며 살아가는데,어렵게 돈을 모아 시골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몇명 되지 않는다.
주인공 류가오씽과 그가 돌보아 주어야할 같이 고향을 떠나온 무식한 친구이며 그의 피보호자라 할 수 있는 우푸, 그리고 거지라는 편한 직업을 즐기는듯한 스러나오 그리고 주인공 류가오씽이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멍이충이란 창녀 등 다해도 열사람이 넘지 않는다.
이들이 처음 접한 넗은 세상은 시안(西安)인데 내가 가보고 아는 시안이란 곳은 섬서성의 성도로 중국의 평범한 성도중 하나일 뿐이고 오랜 역사 도시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에게 시안은 그것이 우주 만큼이나 넓은 세상이다.
이들에게는 시안이란 대도시가 모든게 다있고 자기들이 살던 농촌과는 비교도 안되는 넓고 새롭운 우주인 것이다.
이들 주인공들의 생업은 시안 뒷골목의 쓰레기 줏는 일이며 무대는 빈민가 한구석 몸을 뉘일수 있는 허름한 공간이 전부다.
주인공 류 가오씽은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농민공이면서도 전혀 농민공 답지 않은 소위 먹물이 든 인물인데 그는 중학교를 나와 글을 읽을줄 아는 사람으로서,중국 전통 가치관과 인간 본연의 자긍심을 갖고있는 용기 있고 괜찮은 사람이다.
그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 나마 나름대로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애써 자존심과 자기 정체성을 지켜가려고 애쓴다.
그는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여자 멍이춘, 이발소에서 몸을 파는 여자를 알게되고 그녀가 오빠를 죽인 살인범의 수사를 하게 하려고 경찰에게 밑빠진 독에 물 붓듯 창녀질을 해서 번 돈을 갖다 바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못 똑똑한 척하는 그 역시 그녀를 위해 쓰레기를 줏어 모은 보잘 것 없는 수입을 경찰에게 바칠 돈에 보태라고 돈이 생길 때마다 갖다 준다.
이것은 어찌보면 사회 구조상 부유한 자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어생활하는 하층민들이 그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만 빼고 다시 사회 어디론가 빼앗긴다는 의미인데 이런것은 사실 중국 뿐만 아니라 어느 선진화된 사회도 이와 비슷한 유형의 모순적인 현상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쟈핑와라는 작가는 이 소설을 쓰려고 정말 빈민가에 들어가서 체험을 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농민공 거주 빈민가에 부부 농민공이 있었는데 이들이 밤마다 교성을 질러대며 밤일을 하자 그곳에 같이 사는 남자 농민공들이 그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모두들 자위행위를 한다는 얘기며, 그 아줌마 하나가 모든 남자 농민공을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해대며 통솔한다는 얘기 같은 것은 정말 경험에서 우러난 얘기일 것이다.
즐거운 인생이란 제목은 너무 흔해서 여러 장르의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영화, 소설 뮤지칼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스토리들이 있는데 대다수 어렵고 힘든 현실을 역설적으로 즐겁다고 표현한 것들이다.
이 소설 역시 암울하고 희망 없는 현실을 즐거운인생, 어찌보면 즐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 또는 절규로 보았다.
이소설의 끝은 고향을 함께 떠나 피붙이 같이 살아온 친구 워푸의 죽음으로 마감을 한다.
그는 고향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시체나마 고향에 데려다 주려고 시체를 메고 기차를 타려고 하다가 경찰에 걸리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다.
이 소설을 읽고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그동안 살아온 세상을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중국 농민공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제까지 중국 대도시 역전마다 운집한 엄청나게 많은 수의 남루한 사람들을 보고 느꼈던 약간의 공포심이 애틋한 마음으로 바뀌게 만든 감동이 있었다.
쟈핑와의 즐거운 인생,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고 감동을 받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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