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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영화, 독후감. 나의 생각

"마이웨이"

오랫만에 강제규 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기대감에 살짝 들떠서 극장에 갔다.

전에본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상하며 신문에서 엄청난 돈을 들인 블럭버스터, 한중일 3개국의 유명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는니...등등 기대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는 첫 도입부는 그런대로 옛 일제시대 당시의 여러가지 정경을 잘 보여주어서 좋았는데...

점점 진행 되는 스토리가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더니 멀쩡하던 영화가 점점 시간이 갈 수록 상식적이지 않은 만화같은 상황을 만들면서 가속도가 붙으면서기대를 망쳐갔다.

 

억지스런 설정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의 마라톤 경쟁자 였던 하세가와가 김준석(장동건 역)이 일본 육군의 졸병 생활 시작한지 불과 두어달만에  대좌(대령) 계급장 - 그 영화에 나오는 일본, 러시아, 독일군을 비롯한 모든 군인중 최고 높은 계급의 장교 - 가 되어 갑자기 나타나더니 같은 계급의 현직 최전선 탱크부대 대장을 할복자살을 시킨다.

하세가와는 어찌 몇달만에 스물 갓넘은 청년이 순식간에 일본군 대좌가 될 수가 있었을까?

내가 알기로는 일본 천황가 같은 최고 귀족 가문의 젊은이라도 일본 육사를 나와서 단계적 계급 승진을 거쳐서 높아져 가는 것이지 일본의 귀족 계급의 젊은이라고 해서 갑자기 최고 계급의 지휘관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 근세사에 나오는 이왕가 마지막 왕손 이은공도 일본육사를 졸업시켜 일본 육군 중령(중좌)가 될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알고있다.

그런데 어찌 하세가와란 백면 서생은 마라톤 선수에서 갑자기 일본군 대좌가 되어, 그것도 최전선에 나타날 수 있었을까?

영화니까! 라고 생각하고 꾹 참고  더 보기로 하자.

 

아! 일본은역시 사무라이 나라다! 라는 것을 친절히 가르쳐 주기 위해서 그랫는지 아무런 군사재판 없이 제 멋대로 사형을 집행한 이유는 이전 지휘관이 부대의 전멸을 모면하려고 병력을 일시후퇴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아무리 일본군이라도 상황에 따라 전진 후퇴가 있는 법이고 그냥 전진만 한다고 전쟁이 될리는 만무하다.

- 전쟁 막판에 결사항전, 옥쇄가 있었지만 본토 수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랫을 것이다. -

한데 중국, 소련 전선에서 어찌 이럴 수가?  무슨 임진 왜란 시절도 아닌데...

어찌 아무런 절차도 없이 같은 계급의 아버지뻘 되는 군인을 할복을 시킬 수 있겠는가?

우리의 안중근 의사, 윤봉길의사, 강재규 의사... 등등 수 많은 애국지사들마저 어찌됬든 재판을 거쳤거늘 같은 일본인끼리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또 중국 여자 저격수가 나오는데 정규군인지 의병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명사수여서 보이지도 않는 먼데서 하나 하나 일본군만 쏘아 잡는다.

꼭 <고지전>에 나오는 설정과 똑 같다. - 미녀 명사수 스나이퍼!, 이거 거기서 베껴온거 아뇨? 하고 묻고 싶다.

하여간 그렇다 치고 그 젊은 중국미녀는  멀리서 어찌 한국인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는 얼굴들도 아닌데 한국 출신 일본군은 정확히 알아내고 하나도 안쏜다.

그랫더니 일본군 하사관 녀석이 한국인 졸병들을 데려다가 무지하게 때린다.

때린 이유는 그저 총에 안맞고 살았다는 어처구니 없는....허허! 나원 참. - 이거 제정신으로 만든 영화요?

 

장동건이 일본군에 대들다가 싫컷 뚜드려 맞고 지하 감옥에 갖힌다.

하필 미녀 저격수가 갇혀있는 바로 그 곳에 남녀 합방으로 넣어준다.

아이고...! 이럴수가?

그 미녀도 반가운 마음에 장동건에게 중국말로 물었다. "어떠세요? (怎么样?)"

"어떻긴 뭐가 어떠냐? 걍 좋은거지"

 

그 웬수같은 하세가와를 장동건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끝끝내 살리고, 또 살려서 소련군 포로를 거쳐 노르망디 독일군이 될때까지 데려간다.

그 이유가 뭘까?

아무리 봐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성격 - 딱이 항일투사도 아니고, 금메달에 목숨을 건 운동 선수라 할 수도 없고, 용감한 군인이라 할 수는  더더구나 없는 모호한 캐릭터 - 의 주인공이 하세가와를 목숨을 걸고 살려 데려가는 이유는 정말 알 수 없다. 

"마라톤 친구여서? 아니면 단순 휴매니즘? 혹시...원수를 사랑해서? 그도 저도 아니라면 일단 살려 내었다가 훗날 다시한번 마라톤 시합에서 이겨 보려고?"

 

대작 블록버스터 답게 멋진 장면이 많다.

치열한 탱크전 장면,

소총한방으로 비행기를 결단내는 장면 - 고놈의 비행기는 바쁘지도 않은지 할일 다 놔두고 황량한 벌판에서 장동건이만 죽어라고 쫓다가 결국 중국 미녀 저격수의 소총 한방에 저세상으로 갔다 - 죽어 싸지, 죽어 싸!!- 

눈 쌓인 높은 산맥을 넘는 장면,노르망디 상륙장면 폭격장면.... 웅장하고 실감 났다.

와 대단한 촬영기술!!  - 우리 영화도 이젠 할리우드에 전혀 밀릴 것이 없단 느낌마저 들었다. 

 

한데 다 보고 나오는 느낌이 어째 조금...

꼭 최고급 승용차 페라리로 택배를 하는 것 같은 어처구니 없는 느낌이 든다.

 

"강 감독님! 그 좋은 솜씨,멋진 촬영기술을 갖고 어찌 저런 어처구니 없는 스토리를...?    아깝다    아까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