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삼십세 정도된 덩치가 크고 위풍당당한 남자가 들어왔다.
탕 아가씨가 그를 차오(趙)선생님"이라 부르자 쑤아가씨가 말했다.
"어이구, 어서와요. 내가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요."황홍지엔, 자오씬메이赵辛楣} 인사하세요."
자오씬메이와 황홍지엔은 서로 악수를 하며 거만하고 무뚝뚝하게 서로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훑어 보았는데 홍지엔은 자신을 마치 유치원 교과서의 커다란 글씨가 써있는 한페이지 처럼 상대가 쑥 훑고 지나가는 것처럼 느꼈다.
그는 쑤아가씨에게 물었다.
"당신과 귀국선을 함께 타고온 그사람 아녜요? "
황혼지엔은 이 자오라는 친구가 어떻게 자신을 아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홀연 아마 <샹해일보>의 그 뉴스 보도기사를 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쭈뼛쭈뼛해지며 주눅이 들었다.
자오씬메이 이자는 원래부터 잘난체 뽐내는 체질인지. 쑤아가씨가 홍지엔이 그녀와 같이 귀국선을 타고 온 사람 맞다고 하는 말을 듣더니 바로 황홍지엔을 아무것도 아닌 놈으로 보고, 눈에 아무도 없는 듯 행동했다.
만일 쑤아가씨가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하면 어떻게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치 새벽에 닭이 우는데 귀신 그림자를 본 것처럼, 혹은 도가(道家)에서 "보아도 보이지 않고, 빙빙돌며 잡히지 않는" 진리를 맞닥들인 느낌이 들었다.
쑤아가씨는 홍지엔에게 자오씬메이는 그녀 집안과 대대로 교분이 있는 집안이고, 그는미국 유학생이라고 알려 주었다.
또 그는 본래는 외교공관에서 처장을 했었는데 병으로 기관이 내지로 옮겨가는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지금은 화메이(华美) 신문사에서 정치평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오씬메이에게 홍지엔의 이력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가 이미 알고 있는데 다시 더 말할 필요가 뭐 있겠나 하는 것 같았다.
자오씬메이는 소파에 누워 담배 파이프를 물고 천장에 매달린 전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 선생, 어디서 일하고 있소?"
황홍지엔은 화가 나서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럴 수도 없어서 "디엔진 은행(点金銀行)" 이라고만 말하고 어물어물 "잠시 작은 은행에서 일하고 있소."라고 했다.
자오씬메이는 입으로 담배연기로 동그란 원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큰 재목이 작은데 쓰이고 있군. 아깝다, 아까워!
황선생 외국에서 공부한 것이 뭐요?"
황홍지엔은 상당히 화가 나서 대답했다.
"아무것도 공부한게 없소."
쑤아가씨가 말했다. "홍지엔, 당신 철학 공부했지 않아요, 아니예요?"
자오씬메이는 목구멍부터 웃음이 터져나오며 말했다.
"우리 처럼 실제 업무하는 사람 눈으로 볼때는 철학을 공부했건 다른 뭐를 했건 다를게 아무것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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