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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야기

2012. 춘천마라톤- 편하게 달린 대회

일년 내내 족저 근막염으로 시달렸던터라 별로 연습도 못했지만 가을이 되면 무조건 연례행사처럼 참가하는 춘천 마라톤이다.

 

2012.10.28일 아침 9시.

여느 때처럼 같은 코스를 같은 계절에 달렸는데 금년엔 그저 완주가 목표라고만 생각하며 뛰었다.

연습도 연습이려니와 그동안의 게으른 생활을 말해주듯 체중도 슬슬 늘어나더니 72kg까지 늘어난 탓이다.

이런 것이 다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 것일테지!

 

그런대로 25km지점까지 1km당 6분 페이스를 유지하며 갔는데 거기서부터 체력이 확 떨어져 스피드가 1km당 6분 페이스에서 6분 30초로 느려지더니 28km너머 있는 춘천댐까지의 완만한 상향 언덕길에서는 더는 못견디고 걸었다.

댐 정상까지 올라가 넓은 호수가 보이는 다리에 있는 30km지점을 지나면  춘천시내를 향해 내리 달리는 하향 코스가 나온다.

나는 댐서 부터는 다시  뛰었는데 33km지점 내리막 코스에서 쥐가나기 시작했다.

수시로 쥐도 나고 체력도 고갈되어 걷는지 뛰는지...속도도 없고, 힘도 다빠져서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하여간 회송차만 타지말고 가야지 하는 기분으로 반은 걷고 반은 뛰고 하면서 느긋하게 왔다.

5km마다 있는 급수대에 도착하면 물 서너컵,이온음료 서너 컵, 혹시 쵸코파이라도 있으면 두어개... 최대한 복지 혜택을 누려가며 본전을 확실히 뽑으면서 왔다.

 

이윽고 38km에 있는 철교가 나타나고 넓은 호수가에 밴드가 요란하게 환영해주는데 (아마 40km지점일게다)에서 시간을 보니 이정도로 가다간 5시간을 넘길게 뻔했다.

아무리 내가 연습을 게을리 했다 쳐도 특별한 부상도 없는데 5시간을 넘긴다니...이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에라! 다시 뛰자."

거기서 부터 모두 걸어가는 마라톤군중 속을 모세처럼 앞서 나가면서 미친듯 달리고 또 달렸다.

42.195Km. 휘니시 라인을 넘으며 시간을 보니 4시간 48분54초.

그나마 해낸것 같은 뿌듯한 기분으로 오늘의 레이스를 끝냈다.

 

다 끝내고 기분 좋게 몇발작 오다가 꽈당 넘어졌다. 마지막 2~3km에서 너무 오바한 나머지 또 쥐가 난 탓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