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오전 9시. 여의도 광장.
날씨는 쾌청하고 기온은 오늘 최저가 영하 5도라지만 출발시간인 9시 쯤에는 영하 1~2도나 될까 하여간 따듯했다.
코스는 우리가 매주 일요일 21km씩 달리곤하는 여의도에서 가양대교쪽으로 달리는 강변코스!
산뜻한 기분으로 출발했다.
체중도 약간 줄어 71kg. 연습상태는 여전히 개선된바 없고, 정신 상태는 아니 마라톤에 대한 긴장도는 영 젬병인데 - 그저께까지 쐬주를 마셨으니 말 다했다.
하여간 춥지도 덥지도 않고 쾌청한 하늘아래 매일 연습하던 주로를 달리니 기분이 상쾌, 명랑했다.
6km를 넘어서 목동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서 안양천을 달렸는데 무슨 다리 앞 10.5km지점에서 턴해서 다시 한강변을 향하는 코스다.
11km지점에서 주초를 만나 이야기를 하며 갔다.
" 야 .오늘은 마라톤 납회하는 날이고 데큘라가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들어와라."하는데 옆에서 하늘색 윈드를 입은 커다란 검은 고글을 쓴 피부가 하얀 여인이 우리가 데큘라 어쩌구 하는 소리를 듣고 빙긋이 웃는다.
자세히 보니 외국인이다.
아리조나에서 왔다는 미국아줌마는 하프지점, 턴하는 곳에서 달려 나갔고 완주가 목표인 나는 다시 쳐져서 천천히 달렸다.
늘 우리가 뛰는 코스를 달리니 마라톤대회라는 기분마저 들리 않았다.
편안하게 완전 내 페이스대로 뛰는데 35km지점에서 주초를 다시 만났다.
자기는 쥐가 나서 뛰지 못하니 너나 얼른 가라고 했다.
한강변으로 다시 나온 36km지점에서 아까 옆에서 달리던 미국 아줌마를 만났는데 쥐가났는지 주로에 서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었다.
"Adios!" 작별인사를 하고 계속 기분 좋게 달렸는데 시계를 보니 잘하면 4시간 30분안에 도착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또 냅다 악셀을 밟았다.
마라톤 해본 사람들은 다 알지만 4시간 30분대 주자들은 39km넘으면 대부분 걷고 뛰더라도 영 속도가 없다.
하지만 가끔 나같이 멀쩡하게 잘 뛰어 들어오는 이상한 인간들이 있는데 그건 그나마 4시간 30분 벽을 깨보자 하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던 때문이라 보면 된다.
여의도에 올라선 마지막 2.5km.
거의 무인지경을 달렸는데 간간히 걷는 주자들을 뒤로하고 달려 나가는 맛도 꽤 괜찮았다.
최종 기록. 4시간 29분 32초.
끝내고 나서도 아무 곳도 아픈데 없었고 기분도 상쾌했다.
"어서 목욕하고 테큘라 마시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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