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문수보살이 현신했다는...
2007.10.10 00:45 | 여행이야기(travel) | 겨울산
오대산 마을에 버스가 들어섰을때는 완전히 캄캄해져서 하늘엔 별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직했다. 높은 산맥으로 둘러 쌓인 아늑한 분지.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적막함과 깨끗한 공기. 또한 청량산이란 이름 그대로 서늘한 한기가 엄습했다. 우리는 해발 2000m 이상 고도로 높아진 오대산 마을로 들어온 바람에 여름에서 갑자기 초가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문수보살이 현신 했다는 오대산. 그저 아늑한 느낌.- 속세에서 벗어나 선계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어제까지만해도 아무 의심 없이 살아오던 일상이 갑자기 낯선 것처럼 느껴지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어느 일찍 타계한 선배는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그저 "아무 걱정이 없을때."가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라톤이라는 힘든 레이스 도중 너무 힘든 나머지 길가에 앉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모르고 있지만 정말 행복한 거다 라고 생각힌 적이 있다. 그래! 모두 맞다. 행복이란 지나가는 어느 순간의 느낌인지 모른다. 매순간(찰나)마다 변하는 수많은 생각 중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어느순간의 기분. 마치 내가 구도자의 길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전혀 아닌데...." 오대산이란 곳. 나와 아무런 연관도 없고 그저 어쩌다 지나가다 오게된 곳. 중국 서민들만 이용한다는 일박 90콰이의 초대소에서 깊이 깊이 잤다. 아무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다. 이런게 진짜 행복인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니 유리창에 김이서려 부옇게 보인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짧은 팬츠에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H 와 함께 새벽 달리기를 나갔다. 내리막길 계속 5Km. 다시 올라오는 5km. 무지 추웠다. 우리같이 반팔 차림은 아무도 없었고 새벽 당나귀를 몰고가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모두 두꺼운 긴 팔 옷차림이다. 중국이란 나라는 오르막 내리막이 없다. 땅 덩이가 크다보니 오르든지, 아니면 내리든지... 아침. 전통 중국식으로 기름에 튀긴 꽈배기 같은 요우티알과 콩음료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스키장의 리프트 같은 것을 타고 오대산 제일 쉽게 갈 수 있는 높은 곳 - 대라정에 올라가보고 탑원사, 수상사, 기타 등등 절 구경을 하고 짧은 오대산의 일정을 마쳤다. 공중에 떠있다는 현공사 - 씨엔 꽁쓰 -를 향해 택시를 타고 출발 했다. 이별은 늘 아쉬운 법. 오대산은 첨 온 곳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전생에 내가 이곳 승려 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친 건강이 허락 한다면 반드시 구경 시켜 드리고 싶단 생각을 하면서 나무 하나 없이 황량한 북대를 넘어 택시로 달렸다. - 오대산에 머문 시간은 잠잔 시간을 빼면 고작 너댓 시간에 불과 했으나 마치 몇년 머물다 온 것처럼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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