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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오대산 가는 버스안에서의 에피소드

나는 중국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는 단어도 몇개 없어서 중국말로 대화를 하려해도 어휘가 달려 말을 이어갈 수가 없다. 가령 불교 성지라는 오대산에 가서 지나가는 스님에게 "스님 이절 이름이 뭡니까?" 묻는다 고하면 스님이 중국어로 뭔지? 또 절은 뭐라고 하는지? 막막한데 대화를 이어갈 방법이 없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미리 오대산에서 필요한 단어들을 중국어 사전을 찾아서 스님 - 허샹-, 절 -스챠-, 불교 신자 -호쟈오 신투- 등등 필요한 단어를 수첩에 빼곡이 적어 갖고 왔다. 그리고 잘 써먹었다.

젊은 스님이 한눈을 팔며 버스에 오르다가 문에 머리를 부딫치자 중국온지 이틀째인데도 나도 모르게 "허샹. 샤오씬." - 스님 조심하세요. - 하는 말이 튀어나왔고 이어 스님의 파안 대소 그리고 대화가 이어졌다.어디서 왔냐니까 "시장 - 티벳트" 에서 왔단다. 이후 우리는 쵸코렛도 나눠먹고 짧은 문장의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버스가 오대산을 향하여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한지 얼마안되어 스님이 큰소리로 차장을 부른다. 돌아 보았더니 버스 통로 바닥 중간쯤 조그마한 여닫이가 있는데 조이는 나사가 풀어졌는지 차가 속도를 내니까 바람때문에 바닥이 덜컹 열리면서 세찬 바람이 버스 안으로 마구 들어와 평화로운 스님의 안면을 방해한 것이다.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고 열심히 나사를 조이고 다시 출발 했지만 얼마 안가서 다시 또 열리고..다시 차를 세우고 조이면 또 열리고 그러면 또 차장을 부르고...
억만 겁의 악순환이계속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차장에게 "니 요우 원티마"-문제가 생겼어? - 씩씩하게 묻고는 우리들의 묵직한 배낭을 가져다가 바람때문에 자꾸 열리는 여닫이 위를 완전 눌러버리니까 버스는 간단히 평온을 되찾았다.
나는 의기 양양하게 씨익 웃으면서 "요우 메이요우 원티?"- 아직도 문제가 있어? 없어?
모두들 통쾌하게 웃었다.
순진한 티베트 승려와 답답한 중국 운전기사의 고민거리를 머리좋은 한국인이 한방에 해결해준 거다. 이후 우리의 위상이 싹 달라졌다. 한마디로 개국공신 대접을 받게 된건데 예를 들자면 - 차창 밖 사진을 찍고있으면 예쁜 여자차장이 얼른 와서 생글생글 웃으며 운전석 옆 멋진 파노라마가 보이는 차장석으로 가서 찍으라하고 - 거기다 안전 벨트까지 매주고...

- 하여튼... 여행하다보니...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