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나라의 동성애 현황 연구를 하고 있을 때, 자주 이런 문제로 곤혹스러웠다.
"당신들은 어째서 많은 중요한 문제는 연구도 안 하고 내버려 둔 채, 동성애 연구에 뛰어드는가?"
만일 이런 힐난이 사회학계 동료들로부터 나왔다면 결코 답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책 본문에 별도의 장과 절에 토론이 있는데, 그것이 동성애 연구를 하게 된 이유이다.
정작 답변하기 어려웠던 것은 일반인들의 힐난이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하게 되었다. 당신들은 사회학자로서 무엇 때문에 동성애를 연구하려고 하는가? 이 문제를 대답하기 곤란한 것은 결코 우리가 동성애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보다는 우리가 대답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모두 아는 바이지만, 하나의 과학에서 여러 연구자 가운데 뛰어난 인사가 나서야 비로소 그 과학을 대중들에게 말할 대표 자격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분야의 연구를 하면서 많은 곤욕을 치렀다.
힐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부분 사람들이 동성애 연구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다.
모택동 주석이 말하기를 '소귀에 경 읽기 일 때, 만약 듣는 자의 멸시를 없애버린다 해도, 경 읽는 자에 대한 조롱은 여전히 남는다'라고 했다.
비록 그렇다 해도, 우리는 외람되지만, 조롱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중에게, 사회과학과 인류학의 입장에서, 아울러 어쩔 수 없는 입장에서 동성애 연구가 왜 반드시 필요한지를 말하려고 한다.
반세기 전, 문화인류학에서 태산과 북두칠성같이 숭앙받는 위치의 말리노프스키(Malinowski: 1884~1942. 폴란드 출생 영국 인류학자. 효용학파의 창시자)는 페이 샤오통(费孝通: 1910~2005. 중국 사회학자)의 저서 <강촌 경제>의 서문을 써주면서, 페이샤오통의 업적에 대해 극찬했다. 말리노프스키는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은 그것이 현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고향 인민을 관찰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바로 이런 특이점 때문에 현지 조사자로서 매우 진귀한 성취를 이루어냈다고 하였다.
페이샤오통이 연구한 대상은 한 지역 공동체(社区)다.
거기엔 공동체 생활의 모든 분야가 포함되었다.
이 연구는 연구 심도와 방법 면에서 우리의 연구와 크게 다르다.
하지만 이 방면의 연구에 귀한 경험이 생겼고, 그것은 우리가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
그는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친숙한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들을 확실히 관찰하였고, 생활의 모든 측면을 피해 가지 않았다. 이런 확실한 자세는 아래와 같은 신념으로 나타났다.
"진리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왜냐하면 진리는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진정한 사실에 대하여 있는 힘을 다해 사실대로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과 대립되는 것은, 대학 특유의 허장성세, 즉 "사실과 신념이 영합한 하나의 권위적 교의(教义: 지켜야 할 규범)이다."
그래서 말리노프스키는 이런 것을 "과학을 팔아먹었다"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사회과학의 출발점 방면에서 두 가지 대립되는 입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는,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고, 진리는 사실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를 밝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리는 하나의 교의를 설명하는 것이며, 과학이 탐구하는 것은 이런 진리를 공명정대하게 칭송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과학은 권위적 교의에 굴복하면 안 된다 하고, 다른 쪽에서는 과학 자제가 바로 권위적 교의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과학을 팔아먹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팔아먹는 문제는 존재하지도 않고, 그것은 세상에 나타날 때부터 그것을 사는 사람의 손안에 있는 것이라 한다.
한쪽에서는 과학에서 대학 특유의 허장성세를 피해야 한다 하고, 다른 쪽에서는 과학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니라, 대학 특유의 허장성세와 딱 들어맞는 것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과학은 지식을 구하는 노력에서 나왔으며, 과학은 영원히 그치지 않는 학습과정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과학의 본질은 원래부터 있는 모든 것이며, 나중에 생겨난 학문탐구는 곧 올바른 기개를 기르는 것이라고 한다.
바른 기개를 돕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진리를 얻게 하니, 바른 기개에 이롭지 않은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올바른 경지에 도달할 것만을 생각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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