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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대로 산 돼지

유치한 상태를 벗어나자 (摆脱董稚状态) : 4/4 (完)

이일의 배후에는 한 가지 논리가 은연중 내포되어 있다. 바로 우리나라(중국)의 출판 사업의 수준은 반드시 낮거나  높지 않아야 한다'라는 것이다. 책이 출판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결코 수준 높은 예술 감상 능력이 있거나 혹은 전문 지식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이 꼭 유익한지에 달려있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회에 존재하는 감상력 없는 혹은 전문 지식 없는 독자에게 달려있다. 그래서 책은 그들에게 유해하면 안 된다.

내 생각은, 도서 출판의 검열은 성(性) 환경이 아니라, 지식 환경 문제를 검열해야 하며, 기타 지식인들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점은  <성 사회학>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1920~30년대, 머리가 있는 헤밍웨이 등, 미국인들은 전부 유럽에서 우대받았다. 나중에 와서, 히틀러가 지식인들을 다시 미국으로 쫓아버렸기 때문에 미국에 과학이 발전되고 인문이 모이는 시대가 올 수 있었다.

만약 히틀러가 유럽에서 책을 불태우지 않고, 유태인을 학살하지 않았다면, 나는 감히 현재의 미국과 유럽을 비교할 때, 미국은 여전히 촌티 나는 국가였을 거라고 단언한다.

나는 감히, 국내에 인재가 썰렁한 것이 도서 출판의 검열 때문이라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만일 미국에 히틀러가 출현한다면, 우리 국내에도 틀림없이 인재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시장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은, 어쩌면 완고하고 비열하게 소년을 성장시킬 수 있는 해로운 책일 수도 있다. 또한   소년을 성장시켜 주는 좋은 책이라도 우리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점은 의식 형태와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레이펑(1946~1962: 중국 인민영웅) 이야기> 같은 책은 청년들에게 유익하며, 영문으로 번역하면 미국 웨스트포인트 사관생도들에게 읽도록 하여도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대머리가 까진 교수에게 라면 별로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루어란 샤오위(대만의 저명한 소설가 라오란의 출세작)> 같은 아름다운 소설은 미국 high school의 여학생에게는 잘 어울릴 테지만 (애석하게도 미국에는 이런 유의 책이 꽤나 많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지식인에게는 안 어울린다. 만약 그들에게 읽기를 강요한다면, 대부분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심지어 "Story of O"를 읽더라도, 당신이 그에게 묻는다면, 어쩌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쟁론을 하자는 듯, 아이는 우리의 미래이니, 당연히 그들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는 희생의 대가라는 것이, 성인을 아이로 바꾸어놓으려 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면, 결과는 우리가 근본적으로  어떤 미래를 가질 수 없게 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성인과 아동을 지식 환경 면에서 분리하고 있다. 어떤 책, 어떤 영화는 아이들이 볼 수 없다.

이런 방법의 배후에 있는 논리는, 성인은 스스로 억제할 능력이 있으니, 법정이나 교회가 무엇을 그가 알아야 하고, 무엇을 그가 몰라야 하는지 결정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것은 성인은 이런 지식과 접촉해도 무해할 뿐만 아니라, 이런 지식 속에 그가 필요로 하는 지식 요소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또 이것은 성인의 인격을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는 앞으로, 사람들을 모두 인텔리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획득하려는 지식을 억제하는 것은 바로 그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과 같다.

바로 순룽지(孙隆基: 충칭 출신 미국 멤피스 대학 역사학 교수)가 쓴 <중국 문화의 심층구조>에서 지적한 것인데, 중국인이 마주하고 있는 지식 환경은 일종의 유치한 상태, 프로이트가 말하는 항문시기에 있다고 했다.

이것은 이마,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특히 역사적 원인  때문에, 우리가 현재, 여전히 가질 수밖에 없는 유치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텐가? 한 가지 방법은 계속해서 유치한 방법을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한 방법은 유치한 상태를 벗어나 크게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전자의 방법이 옳다고 믿는 사람은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날조된 구호, ----  '무지가 힘이다'를 믿는 것이다.

후자의 방법이 옳다고 믿는 사람은, 베이컨(Bacon: 1561~1626영국 철학자. 근대 과학적 방법과 경험론의 선구자)의 명언, '지식이 힘이다'를 믿는 것이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달력을 넘기면, 갈 수 있는 내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달력이 영원히 내일로 넘겨지지 않을 리도 없다.

 

 

*프로이트의 항문단계:

프로이트는  모든 개인은 다섯 가지 심리 성(性) 적 단계를 거쳐서 발달한다고 하였다. 순서 대로, 구강, 항 문, 남근, 잠복기, 생식, 단계인데, 항문 단계는 신체적 쾌락이 항문으로 옮겨지고 배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 아동들은 배변을  통해, 통제를 경험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