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선생은 <권력론>이라는 책에서 승려의 권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과거 권력은 교역자들의 수중에 장악되었다고 하였다. 그는 서방에서 인텔리는 교역자들의 후예라고 말했다.
그밖에 러셀은 말하기를 중국의 유학(儒学)도 승려의 권력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중국의 인텔리는 유학자의 후예일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교역자와 유학자가 갖고 있는 지식은 <성경> 혹은 <논어> 같은 류의 성서에서 나왔다.
하지만 근대의 인텔리는 비록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일부분의 사람들은 손에 성서를 들고 있지 않다. 사람들이 그들을 믿고 따르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지식 때문이다. 이 지식 자체가 사람들로부터 신임을 받게 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때 이후로 지식은 권력을 가져올 수 없게 되었다.
유학과 종교를 대등하게 취급하면, 틀림없이 반대를 불러올 것이다.
유학은 신(神)의 이름에 기대고 있지 않고, 천당과 지옥을 가지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오직, 유학은 하나의 신화를 만들고, 만약 사람들이 이를 도외시하면, 누구라도 무법 통치를 하게 되어, 천하는 난장판이 되고, 무슨 질서니 윤리 도덕이니 모두 없어져 버릴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신화는 여러 대에 걸쳐 중국인들을 속여왔으며, 현재도 아직 이를 믿는 사람이 있다.
러셀은 학자에 대한 존경은 원래 참된 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가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상상에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나는 유학자의 마력은 바로 통치 신화의 마력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논급한 내용으로 말하면 유학은 일종의 철학이다.
유학의 성인들이 말한 말들은 모두 단정적인 말로 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통치의 마력을 내포할 것으로 추측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의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임을 얻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러셀이 말한 "참된 지식"은 과학을 가리킨다.
이 지식은 마음속 지혜가 정상인 사람이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야만 배울 수 있다. 모두 알고 있듯이,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특히 가치의 영역에서 그렇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은 과학이 깊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정말 시간을 들여 제대로 공부한다면 과학은 유학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유학자들의 기본적인 공(功)은 책을 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성인들이 말했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확실히 외워서 기억한다. 나는 만약 공자나 맹자가 죽었다가 다시 환생해서, 후세의 유생들이 그들이 살아있을 때 했던 말들을 쉬지 않고 반복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놀라 자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 유학자들도 성인의 말을 그대로 반복만 하는 녹음기일 리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은 성인의 말 앞에는 언제나 "스승님이 이르시기를 (夫子曰)"라는 말을 붙이기 때문이다.
공자 탄생의 상황으로 유학의 정신이 제시되었다.
이 정신은 유학자들을 성인 정신의 복제품이 되게 하였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런 복제는 암송을 함으로써 완성된다.
다른 면에서 말하면, 유학자들은 암송을 함으로써 도모할, 큰 이득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웹스터 사전(韦氏大字典)>을 암송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했다. 과거에 성인들의 책을 암송해서 얻은 이익과 비교할 때, 영어를 배워서 얻는 이익은 훨씬 적다.
당신이 정말 성인 정신의 복제품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통치의 마력에도 정통하다고 했을 때, 배우고 남은 힘이 있으면 벼슬을 해서, 관리 나으리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을 암송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 번역인데, 글씨 천자를 번역하고 겨우 20元 벌이 밖에 더하겠는가?
이 두 가지 암송은 정말 같이 두고 논할게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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