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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대로 산 돼지

내가 본 문화열(我看文化热)

 

우리에게는 상당히 여러 차례 문화열이 일어났었다.

일차는 85년에 일어났던 것 같은데, 내가 해외 유학 중인 때였다. 어떤 친구가 나에게 알려 주기를 국내에서 지금 열기가 뜨겁다고 하였다.

88년, 내가 귀국했을 때, 제이차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 두해에는 또 일차 문화비평열도 달아올랐는데, 이를 "인문정신의 토론"이라 불렀다.

문화열 같은 현상을 보면, 유행성  감기와 비슷한 데가 있다.

앞의 두 차례 열기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적어도 국외에 사회과학의 성과로 소개할만 한데, 최근에는 그러지 못했다.

주요한 이유는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즉, 사회가 인문 지식분자의 태도가 올바르지 않다고 했고, 지식분자 자신들도 올바르지 않다고 했던 것이다.

스승님 말씀이, '군자는의(義)를 알고, 소인은 이(利)만 밝힌다. 우리는 군자를 본받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  아마 이 밖에 다른 것도 말했을 것이다.

나는, 위의 말이  문화비평열기에서 대다수가 의논할 요점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비평열기에는 왕삭(王朔)이 호되게 욕을 먹었던, 바로 수호전에서 곽성현 도두 삽시호(호랑이가 날개를 달았다는 뜻) 뇌횡이 기생집에서 사람을 만나면 야유했다는 말 같은 것이 있다.

"너 이놈아, 만약 네 이들 들 이 출세를 한다면, 개대가리에서 뿔이 날 것이야!"

문화는 바로, 이렇게 기생집에 출입하는 자의 아들들이 출세할 수 없는 것처럼 부랑자나 건달이 결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문화는 일종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이며, 거기에 덧붙여 자기들 동류끼리는 뭉치고 다른 패거리는 배척하려는 의사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말한다. "이번의 뜨거운 문화열에는, 모두 자기 스스로를 깨끗이 하고 언행을 조심하는  몸가짐이 요구되며, 물욕의 오점을 남기면 안 된다."

우리 문화인은 서유기의 현장법사처럼 세속의 물욕을 전갈의 독으로 보고 요괴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요괴와 같이 잠을 잠으로써 양기를 잃고, 정기가 빠져나가서, 더 이상 동남자(童男子)라 할 수 없게 되면, 서천(西天)에 가서 부처님을 만날 자격이 없게 되는 것이다. ---- 이렇게 마구 지껄이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문화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내가 문화 문제를 토론할 권리를 박탈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열기가 계속되면, 나는 문화가 무엇인지도 모르게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문화의 정의는 이런 것이다.

문화는 한 사회의 정신적 재부(財富)의 축적이며, 물질 매개(서적, 예술품 등등)를 통하여 여러 대에 걸쳐 전해지거나, 주위에 전파된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는 창조적  노동의 성과이다. 현재 뜨거운 관점에서 말하자면, 문화는 하나의 품행이며, 단정한 태도이고, 윤리학의 범주에 속한다.

어떤 관점이 보다 맞는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현재 사람들이 호소하는 것은 "인문정신으로의 회귀"인데, 나는 하나의 예를 알고 있다.

르네상스. 이것은 비록 역사의 시기 개념이지만 현재는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피렌체에 가보면 된다. 거기에 가면 거리마다 모두 르네상스시대의 건축물들로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건축물들은 인류문화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피렌체에는 또 무수한 화랑, 박물관이 있는데, 들어가면 당시의 작품들이 보인다 ----  정교하고 이름다운 뛰어난, 지금까지 없었던 작품들이다.

이런 인류문화의 성과로 인하여 인문정신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성과들이 없었더라면, 피렌체 사람들은 이렇게 공허한 말만 하고 있을 것이다. " 우리 여기도 인문정신이 있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믿지도 않을뿐더러 그들을 사기꾼들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요컨대, 소위 인문정신이란 당연히 어떤 시기의 모든 인류문화의 성과를 총괄한다.

지금, 중국에서는 왜 문화란 말을 꺼내면 사람들은 바로 윤리 도덕  방면으로 이해하는지 돌이켜 보자.

나는 이것은 역사에 대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모두 알다시피, 중국 문화의 최대의 성취는 곧 공자 맹자가 창립한 윤리학, 도덕철학이다.

이것은 물론 대단히 큰 성과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이런 문화를 인정할 리 없다. 한데, 불행히도 이것은 또 문화는 바로 윤리 도덕이라는 하나의 오해를 불러왔다. 

근본적으로, 문화가 다방면의 성과 임을 도외시했으니 ----  이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어떻게 말하더라도, 단지 이런 성과밖에 없다면, 문화는 허약하고 무미건조할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해서, 문화를 채소에 비유하면, 윤리 도덕은 홍당무이다. 홍당무가 채소라고 하는 것은 맞지만 채소가 홍당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  이번 문화 열기가 이쯤 되면, 다음에는 한번, 채소는 홍당무 잎사귀라고 해서 우리가 절대로 채소를 먹지 못하게 해보자.

이런 까닭에, 나는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