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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영화, 독후감. 나의 생각

허삼관 매혈기

작가 여화(余華)

※ 작가 소개 : 여화(余华)  1960년 절강성 항주 출생.

1978. 高考(대학입시)에 낙방 후, 위생원에서 공부하고 치과의사가 됨

1983. 처녀작 단편소설 제1 기숙사 발표

1987.18세, 집  떠난 여행 등 단편소설 발표, 선봉 작가의 반열에 오름

대표작: 살아가면서, 허삼관 매혈기, 보슬비 속의 고함, 형제 등 다수.

 

 

 

친구의 일독 강추로 위화(余华)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어보았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책을 쥐자마자 단번에 읽어내려 갔다. 슬픔과 즐거움이 씨줄 날줄처럼 엮인 이야기, 어찌 보면 비겁한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 중국 기층 민중의 삶이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작가 余华는 결코 감정 이입이 없는 담담한 필치로 情 많은 허삼관, 불공평을 나름 바로잡고 싶어 가끔 약간의 고집을 부리기도 하는, 그의 인생역정을 매혈 순서대로 차례차례 보여주었다. 매혈 장면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그 힘든 시절이 눈앞에 선했다.

착한 허삼관은 허옥란이 낳은 첫째 아들 일락이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을 알게 되고, 남의 자식을 기르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 때때로 보복하고 싶은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자기만 빼고 국수를 먹으러 간 것에 설움에 복받친 일락이 집을 나가자, 허삼관이 애써 찾아서 업고 돌아온다. 업혀서 돌아오는 길, 일락이"아빠, 나도 국수 사줄 거지?"

"응", 작가는 매우 간결하게 허삼관의 복잡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무리, 독한 마음을 먹으려 해도, 천성적으로 불가능한 허삼관이다.

문득, 중국 유머가 떠올랐다.

(신혼부부의 십구금 유머.)

허삼관은 사랑을 나눌 때마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것이 못내 신경 쓰였다. 그는 허옥란에 게 말했다.

"우리 침대를 바꿔야겠어."

"비싼 침대를 뭐 하러 바꿔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전에 미리 소리를 지를게요."

물론 내가 패러디한 유머지만, 그대로 책에 썼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 소설은 유머가 넘쳤다.

근대 중국에는 두 가지 커다란 재난이 있었는데, 대약진 운동과 문화 대혁명이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지만,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다고 했던가?

모택동은 천하를 얻자 중국을 미국보다 잘 살게 한다며 대약진 운동을 일으켰는데, 이때 엄청난 수의 인민이 굶어 죽었다. 허삼관 가족은 허옥란이 부엌 바닥에 감춰둔 쌀로 겨우 굶어죽지 않고 버텨냈고, 이때 허삼관은 아이들에게 국수를 사 먹이려고 피를 팔았다.

이어서 문화 대혁명.

기생으로 몰린 허옥란이 갖은 고초를 겪고, 가정에서 비판대회를 여는 해프닝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어서 생산대에 가서 거의 죽게 된 일락이를 살리려고 이번에는 목숨을 걸고 여러 번 피를 파는 허삼관.

이미 남의 지식 어쩌고 하는 감정의 찌꺼기는 사라졌다.

중국에는 샤오캉(小康)이란 말이 있는데 중류 서민들의 안온한 삶을 뜻한다. 많은 중국인들의 현실적인 꿈이기도 하다.

허삼관의 샤오캉은 자신을 위해 "돼지 간 볶음과 황주 두냥"을 먹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소설은 늙어서 더는 피를 팔 수 없게 된 허삼관이 자식들이 사주는 돼지 간 볶음을 먹는 걸로 끝난다.

 

나는 허삼관이 일락이를 위해 피를 팔다가 죽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는데, 작가는 결국 죽게 하지 않고 원만한 샤오캉으로 끝냈다. 만약 그랬다가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불온사상을 조장하는 불평분자로 몰려 비판받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