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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우포늪과 상주보 여행 (2022.5.19~20)

 

5월 19일. 날씨는 쾌청하고 공기는 산뜻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여행하기 딱 좋은 날이다.
우리 일행 22명은 9시 30분 양재동을 출발, 현풍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2시 30분 우포늪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넓은 우포 늪이 눈 앞에 펼쳐졌다.
평일이라 그런지 우리 일행 외의 다른 탐방객은 별로 없었다. 우리는 친절한 김군자 현지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넓은 호수 옆 숲길을 걸었다. 람사르 습지란 무엇이며, 습지 보전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늪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들은 것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람사르협약이란 이란의 늪 이름에서 유래된, 국제 늪 보호 협약이다. 여기 가입하면 반드시 늪을 보호하는 강제적인 조치를 해야하고, 이에 따라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게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농사를 짓거나 함부로 개발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한참 어려웠던 시절, 멀쩡한 땅을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반대가 많았을 것이다.하마터면, 우포늪이 통째로 사라질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호기심 많은 우리 일행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해설가와의 문답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늪을 반드시 보전해야할 필요가 무엇인가? 늪은 우리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당장 늪이 없어졌다고 해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렇지 않다. 생태계란 한번 무너지면 복원이 어렵고, 우리의 생활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많은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해설가의 말이 직접적인 느낌은 와닿지 않았지만 나대로 혼자 생각해 본다. 늪을 지킨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가난한 양반집 후손이 대대로 내려오는 백자 항아리를 고집스레 지켜오는 그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상중 누군가가 팔아치웠으면 어디로 간 줄도 모르게 사라졌을 테지만, 그것이 남아있음으로 가문의 긍지가 살아남고, 또 후손에게 남겨줄 조상의 소중한 유물을 통한 가치관의 전승이 이어질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늪을 보전하는 이유가 아닐까?
자연보호는, 각자 다른 생각과 주장이 있을 테니,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다. 하지만 해설가와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이런 소박한 결론을 냈다.

늪과 호수가 다른 것은, 늪은 깊지 않고, 수생식물이 살아있는 반면, 호수는 깊고 수생식물이 없다고 했다. 이곳 우포 늪도 깊이가 깊지 않으며, 인근 비슬산에서 물이 흘러들어왔다가 빠지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바닥까지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늪을 끝까지 걸어가니 따오기 복원센터가 있었다. 따오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멸종되어 사라졌지만, 중국에서 두 마리를 들여와 몇 년간 번식에 애쓴 덕에 지금은 200마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 백로 두 마리와 함께 서있는 따오기를 보았다. 회색 따오기 한 마리가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서있었다.
우포 늪 탐방로를 나와 생태관에 가서 따오기 관련 영상물을 보고, 숙소인 유스호스텔로 왔다.
숙소 식당에서 지역 아주머니들이 차려준 푸짐한 저녁을 먹고 오늘의 우포늪 탐방 일정을 마쳤다.

 

20일, 오전 6시. 새벽 우포늪을 보고자 카메라를 메고 혼자 서둘러 나섰다.
빠른 걸음으로 숙소 앞, 생태공원을 지나, 우포늪 생명길 표지를 따라 갔다.
새벽이라 아무도 없고 새소리만 요란하다. 마을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 제1 전망대, 제2전망대를 지나 계속 걸었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새들이 지저귀지만 경계하는 빛이 아니고 환영하는 소리 같이 들린다. 호수와 숲에 취해 시간 가는 즐 모르고 걸었다. 정신없이 걷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7시 50분. "아차! 돌아갈 시간이 지났다." 한 시간 너머 왔으니 돌아가는데도 한 시간 이상 걸릴 터, 나 때문에 전체 진행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나는 카메라를 손에 쥐고 뛰기 시작했다. 숨차게 30분쯤 달려서, 숙소 앞 생태체험관에 8시 40분 도착했다. 부랴부랴 내방으로 가 얼른 짐을 싸서 버스에 올랐다. 시간이 없어 아침은 굶고 세수도 못했다. 누가 나를 봐줄 일도 없을 테니 신경 쓸 일도 없다.

버스는 상주보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앞에 넓은 강과 경천섬으로 이어지는 하얀 현수교가 보였다.
상주가 이렇게 경치가 아름다울 줄 몰랐는데, 이곳이 바로 낙동강 상류지역이라 한다.
강인철 팀장의 안내로 주차장 앞에 있는 학 전망대에 올랐다. 여기서 내려다보니 강과 섬, 넓은 벌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경치가 그만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경천섬 다리를 건너갔다가, 물 위에 설치된 부교를 걸어, 미리 와 있던 버스에 탔다. 이제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우리는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싰는 상주 맛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리가 출발했던 서울 서초 문화회관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우포 늪, 조용한 새벽, 숲길을 급하게 뛰던 일이었다. 또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늪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았고, 경치 좋은 상주 산하를 보고 왔으니, 과거와 미래를 하루 사이에 보고 온 느낌이다. 참으로 보람 있는 일박이일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