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추호우는 가오송니엔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젊고 걸음이 빨랐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 갔는데 두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가오송니엔은 눈이 좋았기 때문에 어스름한 밤이지만 두사람이 부둥켜 안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그는 곧바로 달려 들었다.
왕추호우도 자기 처가 웬 남자와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눈 앞에 불똥이 튀었다.
씬메이가 몸을 돌려고 할 때 누군가 어깨를 난폭하게 답아당겼고 귀에 왕씨 부인의 다급한 호흡소리가 들렸다.
얼른 고개를 돌려 보니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가오송니엔의 얼굴이 보였으며 자기 얼굴과 바싹 붙어 있었다.
그는 겁 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얼른 허리를 펴서 가오송니엔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가오송니엔도 그가 씬메이임을 알아 보더니 손을 놓고 입속으로 중얼 거렸다.
""어찌 이럴 수가!! 이건 정말 말도 안되!"
왕추호우는 구부린 자세로 있는 왕씨 부인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점잖게 욕을 했다.
"자알 한다! 자오씬메이, 너 이 나쁜 놈아!
염치도 없는 놈! 글쎄 남편 있는 유부녀를 유혹해?
당신 정말 못 믿을 놈이다, 내가 이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 당신이 껴안는걸 - "
왕선생은 어찌 화가 나는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씬메이가 몸을 곶추 세우고 막 말을 하려했으나 할 말이 없었다.
왕씨 부인은 자기 남편이 기가 막혀서 더이상 말을 마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힘을 주어 그의 손에서 빠져 나오며 말했다.
"할말 있으면 안에 들어가서 하는게 어때요? 내가 서있느라 다리가 시큰거리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바로 종 줄을 잡아 당겼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가라 앉았으며 목소리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가 이렇게 말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며 놀라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따라 고분고분 문을 들어섰다는 것이다.
씬메이도 어슬렁어슬렁 그들을 따라 문을 들어가려다가 문득 도망쳐야 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오송니엔이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안되! 오늘 일을 확실히 물어야겠어."
왕씨 부인은 거실에 들어서자 마자 제일 편안한 의자에 앉더니 하녀를 불러 자기에게 차를 한잔 가져오라고 했다.
세 사람의 남자는 앉지 않았다.
왕선생은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고함을 질렀고, 자오씬메이는 고개를 숙인채 무표정히 서있었으며 가오 교장은 뒷짐을 진채 벽의 그림을 보는 체 했다
하녀가 차를 가져오자 왕씨 부인이 말했다.
'넌 빨리 가서 자거라. 네가 할 일은 없으니까."
그녀는 차를 한모금 마시더니 천천히 말했다.
"뭐 물어 볼게 있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나 지금 시계가 없어요. 신선생님, 지금 몇시나 되었죠."
씬메이는 못들은체 했다.
가오송니엔은 그를 사납게 노려 보면서 자기 손목시계를 보려고 하는데 왕추호우가 원탁 주변으로 왔다.
그는 마치 전시대에 재판관이 위엄을 보이느라 탁상을 막대기로 치는 것처럼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 이놈과 말하면 안돼.
사실대로 말해봐.당신 이놈과 어떤 사이야?
"나와 저사람의 관계요, 나 잊어먹었어요. 씬메이 우리 둘이 어떤 관계죠?"
씬메이는 당황해서 어쩔줄 몰랐다.
가오송니엔은 분노가 치밀어 양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는데 여차하면 그에게 휘두를 기세였다.
왕추호우가 다시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당신,당신 빨리 말해!"
그는 책상을 치느라 얼얼한 손바닥을 몰래 넓적다리에 문질렀다.
"당신 솔직하게 말해봐. 그리고 당신은 나한테 물어보지 마.당신을 벌써 직접 다 보았으니까.
마음 속에 분명하면 맞는거지 묻 긴 뭘 묻겠어?
어쨋든 무슨 영예스런 일도 아니고 체면이 걸린 일인데 구태여 이리 묻고 저리 물어봐야 내가 일을 만들어 고민하는거 아냐?
이거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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