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7일
나는 아홉번째로 춘천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언제나 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출발 선에 서있으면서도 내가 곧 42.195km를 달려야 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이번 춘마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출발 대기선에서 멍청하게 서서 남의 일인양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아침 날씨가 무척 추웠다.
오늘은 중국 갔다 오느라고 연습도 별로 못했으니 그저 즐달(즐겁게 달리기)이나 해야지 마음 먹었다.
이윽고 우리 E 그룹이 출발했고 나역시 수많은 사람 속에 섞여서 인파에 밀려서 달렸다.
와글와글 많은 사람에 섞여 언덕을 올라가는 처음 3km.
숨이 가쁘고 땀이 나자 비로소 나도 달리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5km 지점의 언덕을 넘어 단풍 숲이 어우러진 의암 호반을 향한 내리막 길 8km지점을 계속 1km당 6분을 유지하며 달렸다.
요즘은 연습할 때도 km당 6분이 안나오는데 오늘은 이상스레 km당 6분을 유지하는데 별로 힘이 들지 않았다.
이후 조용한 시골길을 달리는 25km까지 매 5km 마다 29분약간 넘은 시간을 유지하며 달렸다.
25km를 넘으면 다음은 춘천 마라톤에서 제일 힘든다는 계속 오르막구간 3km.
춘천댐을 향해 약한 오르막이긴 하지만 오르막이 계속되는 구간이다.
여기가 작년에 하도 힘이 들어 2km쯤 걸어갔던 곳인데 이번에는 그리 그냥 힘들이지 않고 남들을 추월까지 해가며 변함없이 같은 스피드로 30km지점 춘천댐을 넘어섰다.
이후 내리막길을 내달리다가 평지길 을 가는 12km구간이다.
그동안 성실히 달려 왔던 기록이 아까워 마의 구가이라는 35km 넘어서서도 꾀부리지 않고 계속 달렸다.
급수대에서도 잽싸게 물한컵만 먹고 그냥 통과했다.
30~40km구간 역시 km당 6분을 계속 유지하며 매 5km마다 한번도 31분을 넘기지 않고 달렸다.
중간에 38km지점에서 지치고 힘이 빠졌는데,동호회 팀원들 격려차 나온 자봉(자원 봉사자)에게 시원한 콜라 를 반컵 얻어 마시고 나니 다시 힘이 솟아났다.
이후로도 계속 6분 페이스를 유지하며 신이 달리게 해주는 구간이라는 40km~42.195km 피니시라인까지 달렸다.
치종 기록 4시간 12분 15초.
42.195km를 km당 평균 6분 이내로 달린 기록이다.
달리고 나서도 어디 아픈데도 없고 후련한 기분만 들었다.
한해 한해 나이가 들면서 몇년 전엔 3시간 55분까지 달렸던 기록이 점점 늦어져서 4시간을 훌쩍 넘어섰고 작년엔 4시간 47분을 기록했었다.
친구들이 어찌 도로 기록이 좋아졌냐 물어서 중국에 가서 하도 못먹고 다니느라 체중이 2kg이나 줄어든 바람에 가볍게 뛸 수 있었나보다고 했다.
그랬더니 누구는 중국서 4000m를 넘는 고산지대를 다니다 와서 심장이 좋아졌을 거라느나, 무슨 보약을 먹고 온게 틀림 없을 거라느니 농담을 하며 부러워 했다.
4시간 12분 16초란 기록은 어쌨든 2013 춘마 남산목달모임 기록중에서는 제일 좋은 기록이며 나로서는 최근 2년중 제일 좋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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