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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야기

철원 DMZ마라톤 참가

2013년 9월 8일.

철원에서 열린 DMZ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울트라 100km를 뛴지 불과 일주일만이라 회복이 덜되어 꺼려졌지만 처음 풀코스를  달리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가진 신입회원을 격려코자 다시 뛰기로 했다.

새벽 5시30분 고속터미널에서 GS건설 마라톤 동우회 버스를 타고 철원으로 향했는데 버스를 타고 가던중 배번과 기록칩을 빠뜨리고 안가져온것이 생각 났다.

오늘은 풀코스를 뛰어봐야 인정도 못받는구나 생각하니 김이 새기는 했지만 어쩌랴. 내 실수 인것을...

 

8시30분 배번도 없이 풀코스 주자들과 더불어 안개가 낮게 깔려있는 넓은 철원평야를 달렸다.

9.5km에서 하프 주자들과 갈라서서 풀코스 주자들은 민통선을 향해 달렸다.

이윽고 6.25때 폭격으로 지붕이 날아가버린 노동당사 건물이 나오고 탱크저지선으로 만들어 놓은 통로로 접어 드는데 군인들이 여기서부터 전방 입니다 하며 크게 외쳤다.

이곳에서 대회 스탭으로 보이는 청년이 왜 배번이 없냐고 저지 했지만  주최측이 임시 배번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그냥 뛴다하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계속 달렸다.

 

20km까지는 1km 당 6분페이스를 정확히 유지하며 달렸는데 20km를 넘어서자 힘이  부치며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라톤 코스 주변 군부대에서 응원나온 장병들이 일열로 서서 열심히 박수를 치며 결려 해 주었으나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며 점점 페이스가 쳐지면서 30km지나서는 정말 뛰기가 싫었다.

- 그래도 어쩌껬는가 계속 가야지.-  어거지로 뛰는데 30km 지점부터는 해는 쨍쨍 내리쬐고 다리 힘은 없고 또 넓은 벌판은 어디가 끝인지 끝도 보이지 않았다.

 

힘이 빠져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아주 착하게 생긴 군인 하나가 옆에서 뛴다.

무료해서 말을 걸었더니 자기는 부산에서 왔는데 입대한지 6개월 밖에 안된 일병이라 했다.

오늘 뛰면 좋은 일이 있느냐 물었더니 5시간이내로 들어가면 3박4일 휴가를 준다 해서 열심히 달리는 중인데 지금 이 정도 페이스면 5시간 안에 들어 갈 수 있는가 물었다.

조금 애매한데 늦으면 1~2분 늦을테니 나와 힘께 뛰자고 말하고 같이 동반주를 하기로 하고 달렸는데 불과 500m 정도 달렸을까, 그 젊은이가 "아저씨, 도저히 못 가겠어요. 먼저 가세요."하며 뒤로 빠진다.

"그래도 열심히 뛰었으니 뭔가 보상이 있을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걸어서라도 끝까지 가라" 하면서  나는 계속 뛰었는데 얼마 안가서 나도 슬그머니 맥이 빠졌다.

 

겨우 겨우 느린 속도로 달려서 36km 지점까지 오니 마침 오랜 마라톤 친구가 쥐가 났다며 길옆에 서서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 에라 , 기록이 되는 것도 아닌데 같이 걷자, 걸어.-

친구와 같이 피니시 라인을 걸어들어온 시간은 내 시계로 5시간 19분으로 기록 되었다.

그래도 풀코스 완주를 했으니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