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아빠는 아래 선창에서 도박에 빠져있겠죠, 보나 마나!"
나는 뭣 땜에 남자들은 모두 도박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아가씨도 알다시피 우리 배에 탄 몇사람만 봐도 도박이라면 환장하지 않습니까.
돈 몇푼만 따면 떠들어대고 말이예요.
우리 남편 쑨 선생 같은 사람은 적지않은 돈을 잃었는데...내가 못죽는게 한이예요!
쑤 아가씨는 이 마지막 궁색스런 말을 듣고 자가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손가 마누라를 깔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본문에서 중국어로 깔본다는 바로 그 단어가 鄙夷 비이(비속할 비, 동이족 이 )인데 못된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전부터 깔보고 있었나 봅니다.)
"황(方)선생은 도박에 빠지지 않을걸요."
쑨 마누라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황(方)선생 이라구요!
그사람은 모르긴 몰라도 배에서 내리자마자 마작을 할걸요.
지금은 바오(鮑) 아가씨쫏아다니느라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그렇지만.
결혼이라는게 일생의 큰일인데 도박보다는 훨씬 중요한 일이 아니겠어요.
나는 바오 아가씨같이 시꺼멓고 촌스런 여자가 뭐가 예쁘다고 황선생이 홀딱 반해서 그 쾌적한 2등 객실을 마다하고 3등객실로 바꿔가며 사서 고생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볼때 그들 두사람이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걸로 보아 아마 배가 홍콩에 도착하면 바로 결혼할 껄요.
이거야말로 인연이 있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반드시 만나게된다(有缘千里来相会)는 말 그대로네요."
쑤 아가씨가 이말을 듣고 가슴을 저미는듯 고통스러웠으나 자기 스스로 위안하는 뜻을 담아 쑨 마누라에게 대답했다.
"그건 절대 불가능해요!
바오 아가씨는 약혼자가 있다고 나한테 자기 입으로 말했어요.
그애의 유학 비용도 약혼자가 대는거래요."
쑨 마누라가 말했다.
"약혼자가 있다니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우린 벌써 퇴물이 다되어 이번에 신선한 것을 알았네요.
쑤 아가씨 내가 우스갯소리 하나 아르켜줄께요.
방선생이 중국 있을때 아가씨와 동창이었는데 그 사람은 계속 말하기 편한 사람이든가요?
어제 쑨 선생이 그에게 도박하는 손 놀림이 별로라고 하니까 그냥 웃더라고 그러데요.
그가 쑨 선생에게 불란서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불란서 미신을 하나도 모른다고 했대요.
: 마누라가 몰래 간통을 하면 남편이 거북이(乌龟 :바람난 여자의 남편)가 되는데 이럴때 복권을 사면 틀림없이 일등에 당첨되고 도박을 하면 반드시 딴데요.
그래서 남자들은 돈을 잃게되면 그런식으로 스스로 위로 한대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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