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닐 거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기왕 그렇게 되었는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나?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말을 하지 않는다 해서, 아무도 너를 벙어리로 팔아넘기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만약 당신이 나서서 말을 하지 않으려 하면, 재미는 그냥 있을 테지만, 다른 사람이 당신을 자기처럼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다.
현재에 이르러, 이 세상에는 재미없는 책을 찬성하는 사람이 재미있는 책을 찬성하는 사람에 비해서 훨씬 많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사람들의 생활이 당연히 지혜롭지도 않고, 성(性)도 없고, 재미도 없어야 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인간으로서 지극한 경지에 이른 것만 같다.
다행히, 철학 영역에서 이미 어떤 사람이 무료한 유토피아에 반대했다. 재미없는 것이 재미있는 것을 압도하고, 어리석음이 지혜를 압도하는 사람에게 반대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포프 선생(Mr. Popper' s Penguins의 주인공)과 같다.
흥미 있다면 책을 구해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일이 아니다.
소설가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작품을 통해서 재미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적지 않은 소설가들이 그것과 꼭 정반대 되는 일을 하고 있다.
"word is Out(소문이 퍼졌다)"라는 책이 있는데, 나는 비록 이 책의 내용에는 찬동할 수 없지만, 이 책의 제목에는 찬성한다.
어떤 말들은 영원히 입 밖에 내놓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유는 단지 다른 사람이 이미 그것을 반대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런 말은 마음속 깊은 곳을 흐르는 지하 수맥이 되어버려, 문자로 형성되지 못하고, 언어로 형성되지 못하였다. 심지어는 조리 있는 생각으로 형성될 수도 없다 보니, ---- 그것은 뒤엉킨 혼돈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이미 뱉어진 말도 거듭 중복되어, 거기서 만들어진 구조는 분명히 혼돈 위에 세워졌다.
지혜가 혼돈 가운데 있으면, 어리석은 세상으로 보이고, 성애(性愛)가 혼돈 가운데 있으면 성(性)이 없는 세상으로 보이며, 재미가 혼돈 가운데 있으면, 재미없는 세상으로 보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내 소설에서 이미 나의 인생 태도를 말했다. 이것은 당연히 인류에 대한 것이며, 혹은 중국인의 인생 태도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인식하고 있다.
모두가 나처럼 솔직하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자기 마음으로 미루어 남을 헤아릴 필요 없이, 통계 방법을 이용해서 증거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작품을 쓰는 의미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있다는 것을 말하며, 솔직히 말해서 천박할 뿐만 아니라 용기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말들을 한 권의 소설로서 말하자면, 오직 숨은 뜻이다.
모두들 소설에서 보는 것은 당연히 재미 자체일 테니까.
* 소설 Mr. Popper's Penguins : 1939년 뉴베리 아너 수상작
일상적이고 지루한 삶을 살던 톰슨 가족이 여섯 마리의 펭귄을 선물 받고,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동화. 가족의 소중함과 인내의 중요함을 그렸다. 2011년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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