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었을 때 윈난성에서 생산대에 들어갔다.
불과 몇십 년 전이지만, 그곳은 여전히 미개한 남방 땅이었다. 산 좋고 물 맑은 것 외에도, 민속이 순박한 좋은 곳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동네 어르신과 마을 사람들이 농사짓는 것 말고, 또 한 가지 힘써 하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기도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표현하는 일이었다.
그 시절에는, 회의에서 발언할 때, 발언에 앞서 한마디 유행하는 말을 했는데, 그건 바로 자기도 사상을 갖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이일을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했지만, 시골 어르신들은 이 말 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가령 우리 반장이 넓은 면적의 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발표할 때 ---- 본래 아무것도 어려울 게 없다. 그는 늙은 농사꾼인데도 ---- 그의 발언은 한마디 유행하는 말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말이 그에게는 되게 어려웠던 것 같다.
그가 입술을 바르르 떠는 게 보이면, 곧 이 말을 하려는 것이다.
"도우 쓰 피 씨우(斗私批修 :개인의 이기주의와 투쟁하고 수정주의 사상을 비판한다의 앞 글자로 만든 줄임말로 문혁기 모택동의 지시사항)
이 짧은 네 글자의 말을 하는 것이, 나보고 하라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데, 그에게는 정말 쉽지 않았나 보다. 얼핏, 그의 늙은 얼굴을 보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계속 말을 더듬으며, 콩알만 한 긁은 땀방울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역시 이 말을 참지 못하고 해버렸다. "씨발, 땅은 그렇게 개떡깉이 심는 게 아니야!"
이런 묘한 말이 들리면 우리는 얼른 일어나 열렬히 박수를 쳤다.
나는 소박한 사람을 좋아했는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하여, 훨씬 높은 요구가 있었으니, 언제나 자기 말에 사상을 불어넣으려 한 것이다.
폴란드 농촌 아낙네들이 대로에서 서로 만나면, 첫마디가 "찬미, 성모 마리아!"이다. 외지인이 이 말을 듣고 얼떨떨해하면, 이렇게 말한다. "그렇고말고요, 마리아를 찬미 해야지요. 당신도 찬미하세요."
이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성모를 찬미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자기가 갖고 있는 사상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럴 때 말하기 전에, "최고 지시"라는 말부터 하는데, 그건 이런 의미다. < 홍루몽 >에서, 임대옥은 사상운과 화원에서 연구(联句; 각자 한 대목씩 시를 지어 시를 연결하는 일)를 하던 중, 갑자기 성인을 칭송하는 시구가 떠올랐다.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 두 사람은 비록 규방 여인들이지만, 그녀들이 말하는 것은 언제나 자기 사상이 맞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생산대 반장까지도, 역시 이런 생각이고, 오직 임대옥 자매처럼 말주변만 없을 뿐이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유행하는 말은 그를 이상하게 수줍게 만들었고, 그 말은 결사적으로 입에서 나오지 않으려 했다. 그저 나온다는 건 언제나, 씨팔 저 팔 하는 말들이었다.
이것은 전체 지청(知靑)들이 그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매번 그가 전체 회의에서 발언하기 전, 우리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다가 그에게서 이 말이 나오기만 하면 우리는 바로 박수로 환호했다. 이건 그의 결점을 점점 더 중하게 만들었다.
한 번은 우리 생산대와 다른 생산대 간에 농구시합이 있었다. 우리 팀은 그가 주도했는데 ---- 믿기 힘들 테지만, 우리 반장은 농구를 할 줄 알았다. 농구 기술은 별로였지만, 자주 상대를 다치게 했는데, 어떤 때는 가슴에 피가 고이게 했고, 어떤 때는 고환이 퉁퉁 붓게 했다. 어쨌거나 그는 뛰어난 센터 포드였다. 우리 팀은 그의 용맹스러움을 믿고, 승리를 기대했다.
농구장에 양 팀이 횡대로 나란히 섰다. 상대팀 주장이 모주석 어록을 한 대목 읽었다.
이윽고 그의 차례, 그는 뜻밖에 매우 순조롭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직 씨발 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 말이 나오면 박수를 치려는 사람들이 매우 실망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심판을 보는 지도원이 느닷없이 모질게 호루라기를 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는 또 훈계까지 했다.
"최고 지시는 최고 지시고, 혁명구호는 혁명구호인 게요. 함부로 아무렇게나 말하면 안 되오!"
그러자 반장은 경기복을 벗고 관중석으로 돌아왔는데, 얼굴이 벌게져서 귀퉁이에 안 있다. 알고 보니, 그가 한 한마디는 "최고 지시, 모주석 만세!"였다.
지도원은 그가 한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최고 지시는 모주석이 하는 말인데, 그 노인네가 "나 만세"라고 한 적은 없었으니까 이 말은 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박한 사람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고, 사상만 받이들 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루라기를 불었을 때부터, 우리 반장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좆도, 좆도 아닌 이런 말들을 더 이상 감히 하지 못했고, 거의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 최고 지시(最高指示) : 文革 기간 중, 모택동의 논술, 의견, 지시를 말한다. 그 효과는 행정 형식 상의 이념 형태로, 정치권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배력을 가졌고, 1966년 그 이용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사람들은 "최고 지시" 임을 강조함으로써 자기 말이 최고의 권위임을 나타내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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