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금요일 오전, . 사릉에 있는 석화촌에 갔다.
날씨는 화창했고,온산에 붉은 영산홍과 철쭉이 가득했다.
화려한 꽃의 물결 사이사이에서 갖가지 석물들이 고개를 내미는데 이곳엔 돌아가신 모친의 글씨가 많이 있다.
모친은 불교 조계종 원로 스님이신 강석주 스님에게 사사하셨다.
석주스님에게 몇십년간 붓글씨를 배우셔서, 글씨체도 비슷해지시더니,나중에는 스님이 향당 (香 堂 )이란 호까지 내려 주셨다고 한다.
사릉 농원 입구에 서 있는 석화촌이란 글씨부터가 모친 글씨다.
매표소를 지나 맨 처음 보이는 꽃동산 앞에 자그마한 비석이 있다.
여기에 问余何事栖碧山 (어째서 깊은 산중에 사느냐 물어) 笑而不答心自闲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한가로워라)라 새겨저 있다.
이것은 시선 이백의 산중문답 처음 두 귀절을 쓰신것을 돌에 새긴 것이다.
참고로 다음 귀절은 桃花流水杳然去(이곳은 복사 꽃이, 물 따라 멀리 흘러가는), 別有天地非人間(인간 세상이 신선들의 세상이다)이다.
또 한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광장에는 青山云不动 (청산은 원래 움직이지 않는다) 白云自去来 (그저 흰구름만 스스로 왔다 갔다 할 뿐)이 새겨있다.
이글은 당나라때 고승, 지근 (志 勤) 선사의 글이라고 한다.
다른 한 곳에 山中何所有 (산에 뭐가 있겠는가?) 岭上多白云 (기껏 산마루에 흘러가는 흰구름만 많을 뿐이지)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이 글은 남북조시대 도홍경의 시(詩)이며 다음 구절은 '나는 구름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걸 너에게 줄 수는 없지만' 이라고 한다.
이제 사람은 가고 없지만 돌에 새겨진 글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화창한 봄날 화려한 영산홍, 철쭉꽃 속에서 돌이 되어 서있는 모친의 글씨들이, 그리고 그 내용들이 가슴에 찡하니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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