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깜빡할 사이에 팔월이 되었고, 먼 북방에서 기러기가 떼를 지어 날아와, 마을 서남방 소택지에 내려앉았다.
마을 사람들과 외지인들은 갈고리, 그믈 거적 같은 옛날 방식으로 기러기를 잡았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잡은 잡은 수확이 제법 풍성해서 마을 큰길, 작은 골목 등 곳곳에서 기러기 털이 날아다녔다.
하지만 기러기들은 매우 빠르게 눈치를 챘다.
그놈들은 소택지의 충적된 진흙이 제일 깊은, 여우마저 발 붙이기 어려운 중간 지대로 서식지를 옮겨서, 인간의 여러 가지 모략을 모두 허망하게 만들었다.
오직 셋째 누나만 매일 기러기를 한 마리씩 들고 돌아왔는데, 어떤 때는 죽은 것, 어떤 때는 산 것이었다.
냐오얼한이 어떤 방법으로 그놈들을 잡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엄혹한 현실 앞에 모친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냐오얼한이 주는 새를 먹지 않으면, 우리들은 바로 영양 결핍에 걸려서, 대다수 마을 사람들처럼 팅팅 붓고, 숨이 가빠 헐떡거리고, 두 눈은 도깨비불 같이 가물가물 안정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냐오얼한의 새를 먹는다는 건, 조총대장과 교량파괴 전문가의 뒤를 이어, 새 잡이 전문가가 사위가 된다는 것뿐 아닌가?
8월 16일 오전, 셋째 누나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새를 받으러 갔고 우리들은 집에서 기대에 차서 기다렸다.
모두들 풀 냄새가 나는 기러기 고기에 약간 물려있어서, 속으로 냐오얼한이 우리에게 다른 맛을 보게 해 주기를 기대했다.
감히 사치스럽게 셋째 누나가 다시 그 고기맛이 뛰어난 큰 새를 지고 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몇 마리의 양비둘기, 메추라기, 산비둘기, 물오리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셋째 누나는 빈손으로 돌아왔고, 두 눈은 울어서 복숭아 같이 빨개져있었다.
모친이 급히 연유를 물어보자, 셋째 누나가 말했다.
"냐오얼한이 한떼의 검은 옷을 입고, 장총을 멘, 자전거를 탄 사람들에게 잡혀가서...."
같이 잡혀간 사람은 십몇명의 청장년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굴비 두름처럼 묶였다. 냐오얼한이 있는 힘을 다해 버티느라 어깨 근육이 풍선처럼 불끈 솟았다.
그러자 병사들은 총개머리판으로 그의 엉덩이, 등허리를 찧고, 발로 그의 다리를 찼다.
그는 두 눈이 빨갛게 되어, 눈에서 곧 피가 나오거나 불이 나올 것 같았다.
"당신들 왜 나를 잡아가는 거야?" 냐오얼한이 크게 소리쳤다.
소두목 같은 자가 진흙을 집어 냐오얼한의 얼굴에 뿌려, 그의 눈이 안 보이게 했다.
그는 궁지에 몰린 맹수처럼 포효했다.
셋째 누나가 따라가다가 서서 불렀다. "냐오얼한----"
대열이 멀리 가자 그녀는 또 따라 가, 서서 불렀다. "냐오얼한----"
병사들이 셋째 누나를 보고, 좋지 않은 뜻으로 웃었다.
마지막으로 셋째 누나가 말했다."냐오얼한, 기다릴게요."
냐오얼한이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한테나 가. 누가 너보고 기다리래?!"
점심때, 사람 그림자가 비칠 것 같은 멀건 야채탕을 마주한 우리들은 ---- 당연히 모친도 포함된다---- 그제야 냐오얼한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깨달았다.
셋째 누나는 온돌에 엎드려 이틀 밤낮을 울었다.
모친은 수십 가지 방법으로 그녀의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냐오얼한이 잡혀간 지 삼일째 되던 날, 셋째 누나는 온돌에서 내려와 맨발에, 부끄러움도 모르는지 웃통을 벗어 가슴을 드러낸 채 정원으로 나갔다.
그녀는 석류나무 맨 끝까지 올라가, 부드러우면서 질긴 나뭇가지가 활같이 휘게 했다.
모친이 급히 달려 가 그녀를 잡으려 했으나, 그녀는 몸을 솟구쳐 뛰어오르더니 날렵하게 오동나무 위로 건너뛰었다.
그러더니, 오동나무 가지에서 다시 큰 가래나무로 건너뛰었고, 큰 가래나무에서 다시 우리 집 초가지붕마루(지붕 가운데 있는 가장 높은 수평마루)에 떨어졌다.
그녀의 동작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유면 해서, 마치 몸에 가벼운 깃털이 나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지붕마루를 타고 앉아 두 눈으로 어느 한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얼굴에는 황금 같은 미소가 넘쳐흘렀다.
모친은 정원에 서서 고개를 쳐들고 애처롭게 애원했다.
"링디, 내 착한 딸, 내려오너라. 이제부터는 엄마가 절대 네 일에 참견 안 할 테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셋째 누나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새로 변해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친은 나의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 누나와 쓰마 집의 꼬마 놈까지, 정원으로 모두 나오라고 해서, 그녀들이 셋째 누나를 향해 고함치도록 동원했다.
그녀들은 통곡하며 내려오라고 불렀지만, 셋째 누나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아래로 기울이며 새가 깃털을 다듬는 것처럼 어깨를 물었다. 그녀가 머리를 돌리는 폭은 매우 커서 목은 회전축처럼 원활했고, 그녀는 쉽게 자기 어깨를 무는 데 그치지 않고 머리를 내려뜨리기만 하면 두 개의 작은 젖꼭지도 쫗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셋째 누나가 자기의 엉덩이, 발뒤축도 물 수 있고, 그녀가 하려고만 하면 그녀의 입이 신체의 어떤 부분에도 닿을 수 있으리라는 걸 전혀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나는 셋째 누나가 지붕마루를 타고 앉았을 때, 완전히 새의 경지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생각도 새의 생각, 행동도 새의 행동이며, 표정 역시 새의 표정이었다.
나는 만약 모친이 환씨 셋째 등 한 무리의 무뢰한들을 오게 해서, 지붕마루 위에서 셋째 누나에게 검은 개의 피를 뿌리게 하지 않았더라면, 셋째 누나의 몸에서 바로 화려한 깃털이 나고 한 마리의 아름다운 새로 변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봉황이 아니면 공작, 공작이 아니면 금계 같은.
그녀가 무슨 새로 변하든,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날아서, 그녀의 냐오얼한을 찾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일어난 일은, 가장 치욕스럽고 가장 원망스러운 결과였다.
환씨 셋째 아저씨는 신체가 왜소하고 행동이 잽싼, 별명이 원숭이인 장마오린(张毛林)를 시켜, 검은 개의 피를 한통 들고 몰래 지붕마루로 기어 올라가 셋째 누나 뒤에 바짝 다가가서, 정면에서 개의 피를 뿌리게 했다.
셋째 누나는 지붕마루에서 맹렬히 뛰어올라, 두 어깨로 활갯짓을 하며 날려는 생각으로 충만했지만, 그녀의 신체는 데굴데굴 지붕마루에서 처마로 굴렀고, 그런 다음 무겁게 벽돌 통로 위로 떨어졌다.
셋째 누나 머리에 살구만 한 그 멍이 나며, 피가 그치지 않았고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모친은 흐느끼며, 풀과 나무 재를 한 움큼 집어 셋째 누나 머리의 피 구멍을 막았다.
그런 다음, 넷째 다섯째 누나의 도움을 받아 셋째 누나 몸에 뭍은 개 피를 깨끗이 닦아내고, 그녀를 온돌 위로 올려놓았다.
저녁 무렵, 셋째 누나가 소생했다.
모친은 눈물을 머금고 물었다."링디야. 너 괜찮니?"
셋 째 누나는 모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끄떡끄떡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눈에서 초롱초롱 눈물이 솟아났다.
모친이 말했다. "내 아이가 억울해 죽겠나 봐...."
셋째 누나가 오히려 냉랭하게 말했다.
"그 사람은 잡혀서 일본으로 갔는데, 18년 후에나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엄마. 내게 제단을 하나 만들어 줘요. 나는 새의 신선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