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펑은 말이 없었다.
그는 차를 한모금 마시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성정부길 너머로 마주 서있는 건물이 공안청인데 그곳은 비로 정법 광장이다.
홍씨펑은 바로 이곳의 통치자이며, 영서 정법(政法) 계통의 왕이고, 많은 사람의 생사를 결절할 뿐만아니라 생전은 물론 사후의 체면까지 결정했다.
아아, 그는 사람을 두고두고 욕먹게하고, 울부짖는 지옥(号哭地狱: 호곡지옥)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그가 손을 멈추어야만 사람들은 겨우 한숨을 돌리고 간신히 남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좋아, 자네가 말한 건에 대해 나도 생각이 있어. 돌아가서 의논해 볼께."
홍씨펑이 시걔를 보자 이시수이는 곧 그가 오후 2시에 회의가 있다고 한 것을 떠올렸다.
"모두의 체면을 그럭저럭 구기지 않아야만 간략하게 넘길 수 있어.
하지만, 라요예와 스비졔의 사건은 아마 처분을 면키 어려울 것 같은데, 기위 쪽에서 알아서 처리 하도록 할거야."
"꼭 처분을 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경감 시켜줘." 이시수이가 깨우치는 듯 말했다.
"친구야, 다 사실대 말해줄께." 홀씨펑은 이시수이의 손을 잡으면서 헤어져야 한다는 표시를 했다.
"우린 라오예에 대하여 양규(지정된 시간, 지정된 장소에서 조사하라는 규정)를 적용해서 조사하느냐 마느냐 의논할거야.
이 일에 대해 오후에 바로 위진핑에게 결정을 말해줘야해. 그녀가 두번 아랫사람에게 조사를 시키지 않도록 해야하니까.
이 여자 독한 여자라는거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지않아?
이이구, 시간이 다 되었네. 자네와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담에 싫컷 얘기해 보자구.
내가 오늘 비밀을 다 까발렸구먼. 하하하."
홍씨펑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이시수이는 침을 꿀꺽 삼켰는데, 마치 큰고니(백조)를 한마리 통으로 집어삼킨 것처럼 불편했다.
그는 곧 전화를 걸어 공안청의 라오예에게 장안호텔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시수이가 설명하는 것을 다 듣고나서 라어예가 기뻐하며 말했다.
"역시 형님의 위세는 대단합니다. 얼마나 안면이 넓으신지!"
이시수이는 라오예를 대동하고 진양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만나 보았다.
그를 방심하게 만든 것은 라오예 사건과 관련해서 기위에서 갑자기 더이상 따져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틀 후, 이시수이는 장안호텔에서 잠이 깨어 영동으로 돌어갈 채비를 하였다.
아침 식사후 종업원에게 그 날자 <영서일보>를 가져오라 하였다.
이시수이가 신문을 펼치자 헤드라인에 써있는 큰 제목은 <중앙 순시조가 영서에 순시 나와서 성급 지도자을 만났다>였다.
보도내용은다음과 같았다. "중앙기위의 명에 따라 중앙조직부는 중앙기위의 중앙기위 조직부 제*자방 순시조에게 17차인민대회( 중국공산당 전국 대표자회의:2007년)의 결의사항 진행현황을 순시토록 하였다. 어제 오후 중앙 순시조는 성급지도자들과 진양시에서 면담식을 가졌다.
이자리에는 성 기위 서기 루런화이(户仁怀)의 사회로 성 기위의 업무보고, 중앙순시조 조장 황허장(房赫章)의 발언이 있었으며 순시조 부조장 및 조원들이 참석했다.
또한 성 기위 부서기, 성장 니에준이(聂遵义:섭준의), 성 정협주석 니엔츠수이, 성 위원회 부서기 홍씨펑, 성 위원회 상무위원, 성 정부, 성 정협 광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보도 내용은 매우 길었고 제2면에 이어서까지 넓은 면에 걸쳐 기사가 실려있었다.
기사 말미에 순시조의 통신 주소, 전화번호, 그밖에 제보함의 설치 장소가 나와 있었다.
이시수이의 위속에서 한바탕 쓴 트림이 올라왔다.
그는 빨리 진양을 떠나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남아서 동정을 살펴볼까 하는 상반된 생각이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