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술꾼 이야기 - 매일 소주 4병씩 먹던 P씨.

술꾼 이야기 - 매일 소주 4병씩 먹던 P씨.

2006.12.19 20:19 | 살아가는 이야기 | 겨울산

http://kr.blog.yahoo.com/traveler200801/55 주소복사

P씨가 일한 곳은 은행이다.
지금은 그런 직책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P씨의 직책은 "순무"라고해서 은행의 허드렛일을 담당 했는데 주로 청소, 본점 문서수발, 기타 은행 서무를 담당하는 일이 었다.
아침 출근해서 셔터를 열고, 본점에 가서 각종 문서를 수발하고, 오후 4시30분에 셔터를 내리고 청소를 하고 퇴근하는게 그의 일과다.

P씨는 매일 소주 4병을 마셨다.
첫병은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로 한병.
지점에 있을 때는 구내식당에서 한병 해치우고, 본점에 갈때는 점심때 미도파나 신세계백화점 지하 식품부에 가서 튀김, 빈대떡, 전 같은것을 시켜놓고 물컵을 빌려서 미리 물병에 담아간 소주 한병을 물 먹는 척 하며 해치운다고 했다.
두번째 병은 4시 30분 셔터 내리고 나서 지점앞 과일장사 아저씨와 또는 포장마차에서 한병을 마셨다. 더도 덜도 아닌 딱 한병을 미시고 전혀 술마신 티를 내지않고 다시 은행에 들어 온다.
이후 청소 기타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은 보통 6시에서 7시.
퇴근후... 마침 시간이 배도 출출하고 술이 당길 시간인데 얼큰한 찌게나 라면등 요깃거리가 되는 걸 안주로 소주 두병.

이렇게 하루도 안빼고 소주 4병씩 술을 마셨다.
일요일에는 어쩌나 싶어 몇병이나 드시냐고 물었더니 술친구들과 어울려 평균 다섯병 정도 마신다고 했다.
그때 그의 나이 40대 초반이었는데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한탓에 하얗게 머리가 세어서 누가 보던지 50대 후반이라하지 제나이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 P씨와 만난후 4-5년쯤 지나 본점에 근무할때인데 우연히 그를 보게되어 같이 점심을 먹었다.
"요새도 술을 매일 드십니까?" 그랫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하길 의사가 술 마시면 죽는다고해서 겁이 나서 안마신지 6개월째라며 그의 배를 보여 주었는데 마치 임산부처럼 배가 불룩 솟아 있었다. 복수가 차서 그런다고 했다.

그후 1-2년후 다시 그를 보았는데 배가 정상인처럼 홀쪽해져 있었다.
"요즘도 술을 안드세요?" 물었더니 차츰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단다.
그래도 전처럼 소주 4병은 못하고 하루 두어병 정도 마신다고 했다.

그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어느날 은행 소식에 그의 이름이 올랐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본인 사망 P씨"
또한 그의 이름 바로 밑줄에 X씨 이름이 역시 본인사망이라는 말과 함께 올라 있었다.
우연치고는 너무하다 싶었는데 그역시 같은 지점에서 P씨와 함게 근무하던 전기기사 였는데 그가 은행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을 보지 못했으나 매일 집에가서 됫병으로 소주를 마신다고 했던 대단한 술꾼 이었다.

" 영웅 시대의 종말" 이라고 하기엔 너무 영웅스럽지 않았지만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