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여인<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20장 (4/4)

traveler-kim 2025. 6. 24. 19:31

 

 

옆에서 보던 사람들이 제각금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짐작컨대, 틀림없이 냐오얼한과 관련된 말이 거나, 몇 마디는 벙어리 쑨부옌과 연루된 말이거나, 흑은 그녀의 두 아이에 관련된  말일 거라고 추측했다. 나는 그들의 말을 한마디 한마디 가까이 가서 듣고 싶지 않았고, 한마디 한마디 다 들을 수도 없었다.

내 귓가에는 웅웅 소리가 울렸는데, 땅벌 몇마리가 춤추며 날았다.

암벽에는 그들의 거대한 벌집이 있었고, 벌집 아래에는 살쾡이 한마리가 웅크리고 있었으며, 살쾡이 앞에는 들쥐 한 마리가 가로놓여 있었다.

들쥐는 앞 발이 각별히 발달했고, 살이 쪘으며, 눈은 작고 가늘었고 서로 가까이 몰려있었다.

궈푸즈(郭福子: 곽복자), 마을 박수무당. 그는 길흉을 점칠 수 있고, 귀신을 쫓을 수 있었다.

콧날에 바싹 붙은 대굴대굴 굴리는 두개의 작은 눈동자. 그래서 그의 별명이  "들쥐"였다.

그는 사람들 틈에서, 앞으로 나서더니 말했다. "외숙 할아버지,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곡을 한다고 도로 살아납니까? 날도 너무 더우니 서둘러 시신을 들고 돌아갑시다. 입관하고 땅에 잘 묻어드려서 편안히 쉬시게 해야죠."

그가 어떤 치마끈(인척 관계)을 근거로 쓰마쿠를 외숙 할아버지라고 불렀을까?

나는 모른다. 내가 모르니 누구도 모를 것이다.

쓰마쿠가 고개를 끄떡이며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 "젠장, 정말 김샜구먼."

"들쥐"는 둘째 누나 뒤에 서서 작은 눈을 굴리며 마치 진심으로 비통한 듯 말했다.

"둘째 외숙 할머니,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죠. 지금 마나님은 아이까지 두 몸을  가지고 있어서 우는 것은 몸을 상하게 할 수 있어요. 정말 큰일 나요.

지금 말하지만, 셋째 외숙할머니가 사람인줄 아세요? 그분은 원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새의 신이었어요.

어쩌다 서왕모(西王母: 불로불사의 영약을 가졌다는 중국 고대 신화 속 여신)의 선도 복숭아를 쪼았다가, 인간세상으로 떨어졌던 거예요. 지금 그분은 기간이 다 끝나서 다시 신선으로 돌아 간 거예요.

여러분 말씀해 보세요. 모두 뻔히 쳐다보고있는 가운데, 그분이 절벽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하늘 높이 솟으며 날개를 펼치고 펄럭펄럭 날아서 떨어지는 걸 봤죠? 육신은 평범한 사람의 육신인데 어떻게 이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들쥐"는 마치 자신이 하늘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며, 둘째 누나를 잡아 일으켰다.

둘째 누나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말했다. "셋째야, 네가 이렇게 비참하게 가다니..."

"갑시다, 이제 갑시다." 쓰마쿠가 더는 참지 못하고 둘째 누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만 울어. 처제는 이렇게 살아있으면 고통받고, 죽으면 신선이 된다지 않아?!"

둘째 누나가 말했다. "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무슨 사람이 나는 실험을 한다고!"

쓰마쿠가 말했다. "내가 날아오르지 않았어? 이건 큰 일이었어. 당신 같은 부녀자들은 이해 못 할 테지만.

마 참모, 몇 사람 보내서 그녀를 들고 가게 하고, 관을 사서 입관시키도록 해.

류 부관, 낙하산을 수습해서 산에 올라가. 나는 배빗 고문과 다시 한번 날 거야."

"들쥐"는 둘째 누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위풍당당하게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 와서 도우세요."

큰누나는 여전히 거기 꿇어앉아  꽃냄새를 맡았는데, 셋째 누나의 피가 묻은 꽃  냄새였다.

"들쥐"가 말했다. "큰 외숙 할머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셋째 외숙할머니는 제자리로 돌아간 거예요. 모두가 기뻐하는...."

"들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큰누나는 고개를 들고,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들쥐"를 쳐다보았다.

"들쥐"는 몇 마디 중얼거리다가, 감히 말을 못 하고 총총히 사람들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상관라이디는 자홍색 방울꽃을 쳐들고 웃으며 일어나 , 새의 신의 시신을 뛰어넘더니, 배빗을 보았다. 한들거리는 검은 파오 속에서 그녀는 허리를 비비 꼬았다.

그녀의 몸매 움직임은 오줌 마려운 것처럼 초조했다.

그녀는 뒤뚱뒤뚱 몇 발자국 가더니, 방울꽃을 던져버리고, 배빗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일착시키고는 입속으로 연신 중얼거렸는데, 마치 고열로 헛소리 하는 것 같았다.

"....  아이고 나 죽네.... 죽을 거 같아...."

배빗은 가까스로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만면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서양 말과 지방 사투리가 섞인 말을 토해냈다. ".... 그러면 안 돼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에요...."

큰 누나는 마치 시샘하는 개처럼 음탕한 말을 해대며, 가슴을 내밀고, 배빗의 몸으로 달려들었다.

배빗은 굼뜨게 그녀의 공격을 피했고, 두 번 세 번 피하다가 뜻밖에 여섯째 누나 뒤로 숨었다. 여섯째 누나가 그의 가림막이 된 것이다.

여섯째 누나는 결코 그의 가림막이 되고 싶지 않았다.

여섯째 누나는 마치 아이들이 못된 장난을 하느라, 꼬리에 방울을 매단 강아지처럼 그걸 떼어내려고 쉬지 않고 뱅글뱅글 돌았다.

큰 누나도 여섯째 누나를 따라 돌았다. 배빗은 허리를 굽히고 여섯째 누나 엉덩이를 따라 돌았다.

그녀들이 돌고 또 도니까, 나까지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내 눈앞에, 흔들거리며 쭈뼛거리는 엉덩이, 공격해 오는 가슴, 매끄러운 뒤통수, 땀이 흐르는 얼굴, 굼뜬 다리들.... 눈이 어지럽고, 가슴속이 뒤죽박죽 흔들렸다.

큰 누나의 고함, 여섯째 누나의 외침, 배빗의 탄식, 관중들의 영문 몰라하는 눈초리.

병사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느끼한 웃음, 벌린 입, 흔들리는 아래턱.

내 양이 앞장선, 일열 종대로 서서 젖이 가득 담긴 젖자루를 질질 끌고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양 떼.

반질반질한 말 떼와 노새 떼.

놀라 울어대는 새들이 우리 머리 위에서 선회했다. 풀 덤불 속에는 틀림없이 그들의 알이나 새끼가 있었을 것이다.

운 나쁜 풀들. 밟혀서 목이 부러진 야생화.

방탕한 계절.

둘째 누나가 결국 큰 누나의  검은 파오(중국식 긴 원피스 )를 붙잡았다.

큰누나는 필사적으로 앞으로 빠져나가려 하며 두 손을 배빗을 향해 뻗었다.

그녀의 입에서 심하게 사람들 얼굴을 붉히게 할 천박한 말들이 큰 소리로 쏟아져 나왔다.

검은 파오가 찢어지며 그녀의 어깨와 등이 불쑥 드러났다.

둘째 누나가 몸을 앞으로 솟구치며, 큰 누나의 따귀를 때렸다.

큰 누나가 발광하던 것을 멈췄다. 그녀의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걸렸고, 눈은 멍하니 초점이 없었다.

둘째 누나는 계속해서 손바닥으로 큰 누나의 얼굴을 때렸다.

한대, 한대 칠 때마다 더 힘이 들어갔다.

한줄기 검은색 코피가 근 누나의 콧구멍에서 주르르 흘러나왔다.

그녀의 머리는 해바라기꽃 접시같이 가슴에 늘어졌고, 곧바로 그녀의 몸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둘째 누나는 피곤한 듯 초지 위에 털썩 주저앉더니 큰 소리로 길게 탄식했다.

그녀의 탄식 소리는 울음소리로 변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리듬있게 무릎을 쳤다.

마치 자기 울음소리에 박자를 맞추려는 것처럼.

쓰마쿠 얼굴의 흥분된 표정은 감출 수 없었다.

그의 눈은 큰 누나의 드러난 등줄기를 보았고, 그는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끊임없이 두 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마치 그의 손에 영원히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라도 묻어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