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여인 <原題:풍유비둔(丰乳肥臀):莫言> 17장 (2/6)
샤자오화가 울기 시작했다.
모친이 온돌에서 뛰어내려 쫏아갔다.
정원에서 '탕 탕 탕'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지붕 위가 한바탕 소란스럽더니, 어떤 사람이 울부짖으며 정원으로 굴러 떨어졌다.
어떤 발 하나가 우리 지붕을 밟아 망가뜨려 놓았는지, 한 덩이의 진흙이 떨어지면서, 별빛이 새어 들어왔다.
정원은 총소리, 총검술 소리, 병사들의 고함소리로 어지러웠다.
"놈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라!"
폭파대대 병사들이 십여 개의 석유를 묻힌 횃불을 들고 달려들어오자, 정원이 대낮같이 밝아졌다.
골목 안, 집 뒤 편에서 왁자지껄한 남자들 목소리가 났다.
어떤 사람이 집 뒤에서 큰소리로 고함쳤다. "묶어라. 이 자식이 아직도 감히 도망치려고 그러네."
폭파대대 루 대장이 정원에 들어섰다.
그는 샤자오화를 끌어안고, 담모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상관라이디에게 말했다. "샤(沙) 마나님. 당신들이 이러고 있는 거 별로 재미없죠?"
샤자오화가 큰 누나 품 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모친이 정원으로 갔다.
우리는 창문에 엎드려 바깥을 내다보았다.
통로 옆에 온몸이 벌집같이 구멍이 난 남자가 쓰러져 있었는데, 너무 피를 많이 흘려, 피가 한 군데 고여있다가 작은 뱀처럼 사방으로 기어갔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석유냄새는 코를 찔렀다.
그는 피가 계속 구멍에서 흘러나왔고, 거기다 거품까지 나왔다.
그는 깔끔하게 죽지도 않고, 한쪽 다리가 여전히 실룩거렸다.
그는 땅으로 고꾸라져, 목을 꼬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벙어리는 면도(缅刀)를 들고 루 대장 어게 소리치며, 손으로 설명했다.
새의 신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다행히 벙어리의 것이 틀림없는 군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상의는 무릎까지 내려왔다.
유방과 배는 반쯤 가렸다.
눈같이 하얀 길고 가느다란 다리. 단단한 근육과 피부가 매끄러운 종아리. 반쯤 벌린 입.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눈동자는 때로는 이쪽 횃불을 보았다가 때로는 저쪽 횃불을 보았다.
한 무리의 병사들이 세명의 녹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끌고 들어왔다.
한 명은 팔을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얼굴색이 창백했다.
한 명은 다리를 절었고, 한 명은 밧줄에 목이 졸려 고개를 숙였는데,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려고 했다. 하지만 몇 개의 힘센 커다란 손이 그가 머리 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장 정치위원이 따라 들어왔다. 그는 손에 손전등을 들고 있었는데, 손전등 머리에 붉은 천이 덮여있어서 붉은빛을 뿜고 있었다.
모친은 맨발이어서 겅중겅중 걸어갔다. 땅바닥에는 지렁이들이 흙무더기 위에 올라와 있었지만, 그녀는 지면 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루 대장에게 말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루 대대장이 말했다. "아주머니, 이 일은 아주머니와 관계없는 일이에요.
장 정치위원이 빨간 헝겊이 씌워진 손전등으로 괜히 상관라이디의 얼굴을 비췄다.
상관라이디는 신체가 날씬해서 한그루의 백양 나무 같았다.
모친은 큰누나 앞으로 가서, 손을 벌리고 샤자오아화를 도로 빼앗았다.
샤자오화는 모친의 품 안에 엎드렸다.
모친은 그 애를 구슬렸다. "아가야. 겁내지 마라. 할머니가 여기 있다."
샤자오화의 울음소리가 점점 약해지더니 흐느낌으로 변했다.
큰 누나의 팔은 여전히 아기를 안고 있는 자세를 유지했다.
자세는 경직되었고 보기 싫었다.
그녀의 얼굴은 매우 희었고, 두 눈은 시원시원했다.
그녀는 남자들이 입는 녹색 옷을 입었는데, 옷 속에서 성숙한 유방이 볼록 솟아 있었다.
"샤 마나님, 우리는 당신들에게 할 만큼 했소. 당신들은 우리의 편제 개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우리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해서는 안 되는 왜놈에게 투항한 거요." 루 대대장이 말했다.
큰 누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남자들 일이니, 나 같은 부녀자에게 말하지 마세요."
장 정치위원이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샤 마나님이 샤 여단장의 고급 참모라던데, 아니요?"
큰 누나가 말했다. "나는 그저 내 딸밖에 몰라요. 당신들도 대단한 분들이니, 한번 총칼로 진검 승부 해 보세요. 어린애를 갖고 얕은 계략이나 쓸 생각하지 마시고. 그건 대장부가 할 일이 아니에요."
장 정치위원이 말했다. "샤 마나님, 그건 모르고 하는 말이오. 우린 샤씨네 딸을 지극정성으로 보실 피고 있소. 당신 모친이 증명할 거고, 당신 동생이 증명할 거고, 대지가 증명할 거고, 푸른 하늘이 증명해 줄 거요. 우리의 본 뜻은 아이를 열렬히 사랑하니까 아이를 위해서 그러는 거요. 일체의 행위가 모두 이런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오.
우리는 이 예쁜 아이에게 매국노 부친과 매국노 모친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소."
큰 누나가 말했다. "난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괜히 입 아프게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세요. 나는 기왕 당신들 손에 떨어졌으니 마음대로 처리하세요."
벙어리가 달려 나왔다.
십여 개의 횃불 속에서 그는 유난히 크고 용맹스러워 보였는데, 노출된 검은 피부는 오소리 기름을 한 겹 바른 것처럼 번쩍번쩍 빛났다.
"아오.... 아오, 아오-----"
그는 늑대 눈, 돼지 코, 원숭이 귀, 호랑이 얼굴을 하고 고함을 지르면서, 거칠고 굵은 팔을 번쩍 들고, 주먹을 불끈 쥐고는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에게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다.
그는 통로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한번 발로 차고, 세명의 포로, 하나하나마다 주먹세례를 베풀었다.
그는 한 주먹 때릴 때마다 '아오' 하고 소리쳤다.
그는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또 한차례 때렸다.
"아오! 아오! 아오.!!!!" 주먹마다 더욱 매워졌다.
마지막 주먹에 고집스레 목을 들려고 했던 그 포로는 그대로 땅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장 정치위원은 매섭게 그를 제지했다. "쑨부옌, 포로 때리는 것을 불허한다!"
그는 입을 벌리고, 웃으며 상관라이디를 가리키고 또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그는 라이디 앞으로 걸어가서 왼손으로 그녀의 처진 어깨를 잡고, 오른손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손짓하여 의사표시를 했다.
새의 신은, 신이 내렸는지 그를 노려보면서, 시선이 예측할 수 없는 불꽃으로 바뀌었다.
큰 누나는 왼쪽 어깨를 뿌리치고, 벙어리의 오른쪽 뺨에 따귀를 올려 부쳤고, 철썩 소리가 났다.
벙어리는 손을 놓았고, 알 수 없다는 듯 얼굴을 만졌다. 마치 타격이 어느 방향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큰 누나는 다시 오른쪽 어깨를 휘둘러 벙어리의 왼쪽 뺨에 따귀를 올려 부쳤다.
이번 따귀는 빠르고 힘이 들어가 있었으며, 소리가 맑고 깨끗했다.
벙어리의 몸이 '흔들'했고, 큰 누나도 강력한 반작용으로 '움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큰 누나는 버들잎 눈썹을 치켜세우고, 봉(风:봉황)의 눈을 말똥말똥 거리며, 격분하여 이를 갈며 소리쳤다.
"개새끼. 넌 내 동생을 망쳐놨어!"
루 대장이 말했다. "이 여자를 압송해라. 여자 매국노가 사납구나!"
몇 명의 병사가 앞으로 와서 큰 누나의 팔을 붙잡았다.
큰 누나가 높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엄마, 어찌 바보 같은 짓을 했어요?! 셋째 동생은 봉황인데, 그런 애를 벙어리에게 시집보내다니!"
병사 하나가 뛰어 들어오더니, 숨을 헐떡 거리며 보고했다.
"대대장님, 정치위원님. 샤(沙) 여단 대대병력 인마(人马)가 벌써 샤링즈쩐(沙领子镇)까지 왔습니다."
루 대대장이 말했다. "모두 동요하지 마라. 각 중대장들은 들어라. 원래 정한 계획대로 움직이고, 지뢰는 전부 묻어라!"
- * 참고 : 소설 원문의 汉奸이란 단어를 매국노라고 번멱했는데 본래의 의미는 한족 중 이민족 침략자에 부역한 변절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현재는 중화민족 중 외국 침략자에 투신하여, 국가와 민족을 배신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 매국노라고 번역하기는 다소 억지스런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중한 사전에 나오는 대로 매국노라고 번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