賈平凹의 장편소설 "잠깐 앉으세요(暫坐)"

三.서로리의 루이커 (陆以可•西涝里): 3

traveler-kim 2023. 12. 30. 05:03

 

뒷골목 하나를 지나니, 양쪽 벽에 석회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곳이 나왔다. 동그라미 안에는 모두 "철거"라고 쓰여있었다.

그 대잡원(大杂院: 여러 집이 한 마당에 모여 사는 뜨락)에는 대문이 없었고, 그 안에는 벽돌로 벽을 쌓고 용마루 기와를 얹은 몇 간의 본채 외에, 높낮이가 다르고, 넓이가 제각각인 판잣집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판잣집은 시멘으로 지붕을 바른 곳도 많았으며, 플라스틱 판으로 덮은 지붕도 많았고, 또는 지붕을 루핑(섬유포에 아스팔트로 가공하여 만든 방수지)을 덮고, 그 위를 나무 막대기와 돌로 눌러 놓은 곳도 많았다. 지붕 아래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삼륜 자전거, 자전거, 벽돌 무더기, 망가진 문틀, 구식 텔레비전, 크기가 다른 자기 화분에 심어져 있는 맨드라미, 난초, 선인장 같은 것들이었다.

이와가 안을 들여다볼 때, 마침 마당에서도 어떤 사람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와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시선을 결코 굵지 않은 감나무로 옮겼다. 그러면서 그녀는 겨울이 되면, 감나무 꼭대기에 감 한 개가 까치밥으로 남겨져 매달려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루이커가 말했다. "언니, 여기 대잡원들은 모두 문둔테(대문을 꽂는 구멍 뚫린 나무)가 있고, 그 윗면에 각종 무늬가 조각되어 있는데, 누가 사진을 찍어서 도감으로 만든다면 도시 역사의 기록이 될 거예요.

하이루오가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하지만 곧바로 휴대폰 화면이 꺼졌다.

그러자 하이루오가 말했다"전기가 다  떨어졌어. 네 휴대폰 좀 쥐."

루이커가 휴대폰을 주자, 하이루오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가더니 다시 통화를 연결했다.

이와가 말했다. "여기가 곧 철거돼요?" 루이커가 말했다. "그런가 봐!"

이와가 말했다."역시 철거해야 되겠네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멀리 루이커네 고층 건물이 보였다.

루이커는 이와의 생각을 짐작하고, 말했다.

"이와, 너 이 이야기 들어보았니? 여기와 관련된 이야기야."

이와가 말했다. "들을게요. 귀를 씻고 경청할게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정말 귀를 씻는 시늉을 했다.

루이커가 말했다. "그런데 이건 꽤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이야"."

바로 그 감나무 아래 한 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떤 아가씨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모인  시끄러운  곳을 가까이 가서  들여다볼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 왔구나. 어서 와.""

그 소리는 마치 사람들 모인 곳, 한가운데서 나는 것 같았고, 소리도 대단히 괴상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리로 다가갔다.

가까이 가보니, 사람들 무리 한가운데서 한 구두 수선공이 사람들 구두를 고쳐주고 있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입으로 무언가 투덜투덜하면서, 구두 한 짝에 징을 박았다. 그는 징을 다 박고 나서, 그걸 옆에 있는 나무 상자에 올려놓으려 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녀는 그를 보았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놀라서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아버지다?!"

뒤로 빗어넘긴 머리모양은, 이마가 넓지 않고, 머리숱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기 좋으라고 머리 뒤로 빗어 넘긴 것이다. 거기다 커다란 코는 원통을 잘라 놓은 것 같이 컸고, 입술은 두껍고 양 끝이 조금 쳐져 있었다. "아버지 맞다. 젊었을 적의 아버지."

이런 아버지의 형상은 그동안 계속 그녀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계속 그를 보았다. 그도 그녀가 그를 자기 아버지로 보고 있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뻗어 나무 상자 위에 구두를 다시 놓았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여전히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마치 그녀에게 그를 다시 보라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나서 머리를 숙이고 다른 쪽 구두를 수선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삼십여 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그녀의 아버지였다.

"설마, 세상에 젊었을 때의 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혹시, 다시 세상에 태어난 거라면 아버지의 한 세상은 기껏 30살이란 말이 아닌가?!

아가씨는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숙소인 여관으로 돌이 왔다.

그녀는  하루 반의 낮, 온 하룻밤, 이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기막히게 똑같이 닮은 사람이든,  환생한 인간이든, 어째서 이 도시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을까?

비록 그 당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 나타난 모습은 분명 그와 그녀가 관계가 있다는 표정이었다.

아가씨는 그가 반드시 늘 거기서 구두를 고칠 거라 생각하고, 그를 만나러 기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삼 일 연속 병이 나  앓아누웠다. 삼일 후 그곳에 가보니 그는 더 이상 거기 오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그녀에게 무언가 알려주려고 온 것이라고 점점 더 믿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도시에 남았고, 거기서 가까운 구역에 있는 집도 샀다.

이와는 이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녀는 루이커를 보면서 말했다. "야, 그 아가씨 참! 그 이가씨가 누구예요?"

루이커가 말했다."바로 나야." "언니라고요? 그런데 나에게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거예요? 나는 겁나고, 슬프기만 한데."

루이커가 말했다. "너는 내가 어째서 서로리에 사는지 의아하다고 하지 않았어?"

이와는 갑자기 루이커를 부둥켜안고,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묻었다.

얼굴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하이루오가 앞에서 뒤를 돌아보다가, 루이커와 이와를 보았다.

루이커와 이와는 바로 포옹을 풀었다. 하이루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전화 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샹치위(向其语),샹치위.나한테 변명할 거 없어! 이어서 온화하게 부탁하는 투로 말했다. "기억나지 않아? 너 나한테 다시 한번 반복해 봐."

루이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샹치위가 어쨌다고 그러는 걸까?"

이와가 물었다."샹치위가 누구예요? 역시 언니들 자매예요?"

루이커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나는 원적이 우한(武汉: 후베이 성의 성도)이야. 한 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서, 나를 길러준 건 아버지였어. 고등학교 2학년 때, 한참 사춘기였는데, 난 아빠에게서 벗어날 생각만 했지. 그래서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고 사회에 나가 장사를 했어. 북경, 상해, 그리고 심천, 성도, 계속 정처 없이 돌아다녔지. 서경에 놀러 왔을 때, 그 일을 겪고, 겨우 자리를 잡게 된 거야. 여기 오니 장사도 잘 풀리고, 내 회사도 갖게 되었고, 나중에 하이루오도 알게 된 거야."

서문에 도착했다. 앞에 큰 광장이 있었다.

광장 남쪽 모서리에는 삼각지대가 있었는데 거기 있는 것은 대부분이 음식점이었다. 음식점들은 문은 모두 작았지만, 간판은 대단히 컸다.

그중 한집이 "새우 연못(虾塘)"이었다.

하이루오가 루이커에게 말했다."가서  자리를 잡고 음식도 시켜놔. 나는 이와와 이 앞에 있는 예술품 가게를 한번 돌아보고 갈게."

루이커가 말했다."거긴 작은 가게들뿐인데 눈에 뜨이는 게 있겠어?"

하이루오가 말했다."전달에 내가 돌아보았는데, 대만에서 온 랑어(廊鱼. 사찰 회랑에 걸어놓는 고기 모양 목각)가 있었는데, 내가 이(羿) 선생에게 말했더니, 흥미 있어했어. 사진을 찍어서 그에게 다시 보아 달라고 할 거야."

로이커는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그럼 빨리 와."

하이루오가 말했다."음식 시키고 나서 이와에게 전화해."

이와는 휴대폰 번호를 루이커에게 알려주고, 종종걸음으로 하이루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