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대로 산 돼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 1/2

traveler-kim 2023. 10. 19. 15:32

 

노인이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서,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물고기 뼈를 가지고 돌아왔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나는 한 영웅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에는 오직, 너무 간단하여, 더 이상 간단할 수도 없는 이야기와 물방울같이 순결한 인물이 나온다. 그런데, 그것은 그처럼 분명하고, 힘 있게 인간 본성의 용맹스러운 일면을 보여준다.

내가 보기에, 어떤 이야기도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는 없다. 또 어떤 격투 이야기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

나는 사람에게는 소위 "운명"이란 게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어느 누구라도 "한계"가 늘 존재한다고 믿는다.

더 총명하고, 더  용맹한 사람이라도, 그들이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산티아고 노인은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설령 가장 유능한 어부라도, 그 물고기를 그의 낚시에 걸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그의 한계와 마주친 것은, 가장 유능한 농부가 큰 가뭄을 만난 것이나, 가장 유능한 사냥꾼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냥감을 만난 것이나 같다. 모든 사람은 혼자서 이런 한계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은 운명이 당신에게, 앞으로 나가는 것을 멈추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노인은 의기소침하지도, 권태롭지도 않았다.

그는 계속 바다로 나갔고, 한계에 도전했다.

그는 결국 물고기를 낚았다.

그 노인이 사람들 가운데 영웅인 것 같이,  이 물고기도 물고기 가운데 영웅이었다. 물고기는 그를 바다로 끌고 갔고, 그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끌어내어, 바다에서 노인과 결전했다.

물고기와 사람의 힘겨운 싸움 장면에서, 물고기도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고기는 물 밑에서 몇 날 며칠을 견디면서, 노인이 쉬지도 못하고, 대응 방법도 없게 하여, 괴로운 형벌로 그를 지치게 했으며, 그의 두 손이 피범벅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때, 노인이 낚싯줄을 끊어버리기만 하면, 바로 곤경에서 벗어나,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자기를 실패자로 낙인찍는 것이다. 노인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싸움을 포기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큰 물고기를, 싸워볼 만한 적수라고 생각했다. 한차례, 또 한차례 한계를 넘는 전투 끝에 그는 마침내 전투에서 승리했다.

노인이 그의 물고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상어가 길목에서 그의 사냥물을 강탈해 갔다. 그는 습격한 상어를 한 마리 죽였으나, 그의 작살이 부러졌다. 그는 칼을 몽둥이 끝에 잡아매어 무기를 만들었다. 칼이 또 부러졌을 때, 이 장면에서 전투는 이미 끝난 것과 같다. 그는 계속 전투할 무기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는 다시 그의 한계와 마주쳤다.

이때, 그는 다시 한계를 넘는 전투를 해나갔다. 밤의 장막이 드리워지고, 훨씬 많은 상어 떼가 그의 작은 배를 포위하자, 그는 나무 막대기로, 노(桨)로, 심지어는 타(舵)로 상어와 혈투를 벌였다. 그가 지키려는 것이 지킬 가치가 사라졌을 때 전투는 이미 의미가 없어져 버렸고, 그는 그제야 겨우 손을 멈추었다.

노인이 해변에 돌아오자, 그가 가져온 것은 오직 기다란 백골과 심각하게 파손된 작은 배, 그리고 정력이 모두 소모된 몸뚱이뿐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투쟁을 어떻게 볼까?

어떤 사람은 산티아고 노인을 하나의 실패한 영웅이라고 말한다.

비록 그가 경골 한(硬汉: 굳센 사나이) 이기는 해도, 역시 실패한 것이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