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밀짚모자, 호리호리한 사람(长虫, 草帽, 细高挑 ): 2/2 (完)
러셀 선생은 적절히 표현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하다. 하지만 실제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 특히 사람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차이에서 그렇다.
이점은 대학에서 보면 제일 명확히 알 수 있다. 과학 철학을 하는 교수는 비록 명성이 높다고 해도, 실제 물리학 전공 대학원생 앞에 가면 알랑거리게 된다. 하지만 물리학자라도 수학자 앞에 가면 위세가 확 꺾인다. 왜냐하면, 아인슈타인마저 프로 수학자의 도움을 요청한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문으로 말하자면, 나는 할 수 있지만, 너는 할 수 없으니, 우리는 평등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작가들도 반드시, 이런 차별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문예 비평가나 문예 이론가에게만 알랑거릴 게 아니다. 그들 외에도 철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거기다 개개인의 문과를 졸업한 학생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 이 학생이 작가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한마디 할 수 있기 때문인데, 만약 당신이 그 말을 못 알아듣는다면,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곧추세우고 매를 맞게 되며, 때리는 사람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을 것이다.
나는 이 일이 뭔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두 대를 맞고, 학문을 바꿀 수 있다면, 그건 맞을 가치가 있었던 셈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거짓말에 속을까 겁을 내거나, 괜히 만만한 사람을 몇 대 때릴 수도 있다.
내가 아는 말 중에, 더홍(徳宏: 윈난성, 더홍 다이족 자치주) 지방, 징뽀족(景颇族) 말은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밍! 아가오!카루라이?"
비평가들이 생각하는 뜻은 마치, 나보고 두 대 때리라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니, 사람을 때리지도 않을뿐더러, 기꺼이 의미를 말해준다. 이 말은 내가 생산대에 들어갔을 때 배운 현지 말로, 그 의미는 " 여보세요, 형님, 어디 가는 중이요?"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징포족 말로 사람을 공격하니, 나도 조금 마음이 음흉해져서, ----철학의 부적 몇 마디도 없이 사람을 은밀히 사람을 해치는 것이다.
문화 비평이 불완전하면 "밍아카오카루라이"같은 식이 된다.
하지만 문화비평은 매우 큰 긍정의 뜻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작가들을 자애, 자강, 자중하도록 고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문의 통치를 뛰어넘으려는 모든 욕망은 유령처럼 사방을 떠돌아다닌다. ---- 어쩌다 하필, 이런 귀신을 만나지 않을까?
속어에 " 노마님이 감을 살 때는, 말랑말랑한 것만 집는다"라는 말이 있다.(만만한 사람을 괴롭힌다는 뜻도 있음)
하지만, 하나의 감이 자기를 집었다고 사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자기가 왜 집어졌나를 반성해야 한다.
러셀 선생의 말을 마땅히 마저 알리겠다.
"사람과 사람은 지식의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능력 차이도 있다."
차이 ---- 내 생각은 이렇다.
계속 작품을 쓰는 것은, 비록 깊은 학문이 없어도 되지만, 사람마다 모두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작가는 두 가지 방면에서 이런 차이를 표현할 수 있다.
첫째는 문체이다. 푸레이(傅雷). 루롱(汝龙), 왕다오건(王道乾), 이런 우수한 번역가는 모두 문체의 대가이다. 누가 분석하려면, 분해부터 잘해야 한다. 아무튼 그런 좋은 글을 다른 사람은 쓰지 못한다.
둘째는 상상력이다. 칼비노의 <우리의 조상>, 유르스나르의 <동방의 기이한 풍경> 같은 작품에는 세상을 초월한 상상력으로 충만해 있다. 이것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목표이며, 철학, 인류학, 사회학, 모두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도저히 잡을 수 없는(만만하지 않은) 딱딱한 감이 또 여러 개 있다. 예를 들면 마크 트웨인의 유머다.
모든 감 중에서, 제일 딱딱한 것은 셰익스피어다. 문장에서부터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누구와도 비교가 안된다.
당연히, 문화비평을 하는 사람들은 진작부터 셰익스피어를 향해 포문을 열었는데, 그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남성 중심주의 작품이라고 평하였다.
이건 하나 마나 한 말인데, 그 노인네도 사람인지라, 바람 마시고 구름 똥 싸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몇 편의 소 극본을 써서, 소극장에서 관객을 웃기고, 약간의 돈을 벌었을 뿐, 그밖에 또 뭐가 있겠는가?
다시 말해서, 그에게 사대 비극이 있으면 되었지 않나? ---- 당신이 감히 사대 비극에서 무슨 흠이라도 찾을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 글 쓰는 걸로 먹고산다. 나는 일평생 글을 쓰면서, 어쨌든 남들이 분석할 수 없는 작품을 써야 한다. 하지만 나는 감히 셰익스피어가 쓴 것의 몇 분의 일이라도 따라갈 기대를 할 수 없다.
때가 되어, 누군가 내 밀짚모자를 벗기려 하면, 나는 그가 잘 벗기도록 해줄 것이다. 밀짚모자를 벗기지 않으면 나는 호리호리한 사람이고, 벗겨도 나는 여전히 호리호리한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