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일족에 관하여(有关"伟大一族") : (完)
사람마다 모두 자기의 꿈이 있지만, 이런 꿈들 모두가 위대한 사업의 시작점은 아니다.
루쉰(鲁迅) 선생은 에세이에서 이런 사람들을 등장시켰다.
"그가 꿈꾸는 최고의 경지는 눈 내리는 날, 피를 반 입이나 토하고, 어린 처녀의 부축을 받으며, 나른하게 정원으로 가서 매화꽃을 보는 것이다. 그걸 보고 나면 나는 확실히 생기가 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런 일을 생각할 수 있나?
동시에 나도 생각한다. 만약에 그 사람이 그렇게 깊이 연구하지 않았더라면, 눈이 내리지 않아도 되고, 매화도 필요 없고, 어린 처녀가 부축할 필요도 없다. 오직 피를 토했다는 말만 있으면 되고, 이런 일은 오히려 내가 도음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때 소년이었고, 팔힘도 세었고, 주먹도 강했다.
현재는 당연히 그런 도움을 줄 생각도 없다. 그런 나이가 지난 것이다.
지금 우연히 거울을 보니, 그 안에 만면에 주름살 투성이인 사람이 있는데, 누군지 나도 잘 모르겠다.
거리를 걷다가 커다란 물제를 마주했는데, 자세히 눈매부터 살펴보니 뜻밖에 나의 그때 꿈속의 애인이었다. 놀라서 숨을 한번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가자 바로 이일을 잊어버릴 것 같았고, 그래서 꼭 말하고 싶었던 것을 분명히 말하려고 서둘렀다.
꿈이 모두, 위대한 사업의 시작 점라고 할 수는 없으나, 모든 위대한 사업은 반드시 하나의 꿈에서 발원한다. ---- 나는 이일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청년들 중에는 "광팬족(연예인의 극성팬) ", "출근족(샐러리맨)"같은 단어가 있다. 하지만 위대한 사업을 창립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부를 이름이 없으니, 그들을 "위대한 일족(伟大一族)"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과거 이런 사람들이 캠퍼스(중국의 캠퍼스나 미국 캠퍼스나 상관없이)에 많았다.
빌 게이츠가 편한 복장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캠퍼스에 나타났을 때, 그때의 우리나 똑같이, 위대한 일족에 속했다.
막 중국에 돌아왔을 때, 내가 데리고 있던 학생들은, 최소한 절반은 위대한 일족에 속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꿈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는 기고, 누구는 아니고, 이 일족을 나는 한눈에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일족의 수는 점점 감소되었고, 장래에는 어쩌면 공룡처럼 멸절해 버릴지 모른다.
나는 친구들에게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거기에서 남에게 소프트 웨어 패키지 작업을 시키고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당연히 연구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 누가 그에게 소프트웨어 패키지 작업을 하도록 시키겠어?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사람들은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다해."
나는 그것도 맞는다고 생각했다.
누가 나에게 일 년에 3~4만 달러를 주면서 소프트웨어 패키지 작업을 하라고 하면, 나도 작업하러 갈 것이다.
이것은 현재 나마저도 위대한 일족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젊었을 때, 우리들은 위대한 꿈을 가졌다.
위대한 일족은 공상가가 아니며, 대중들에게 떠들어 대는 열정가도 아니다. 일조차 아직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뜨거운 피만 끓어오르는 청년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어떤 아름다운 꿈도 모두 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바꾸어 말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은 그 자체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다. 만약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에 이루어졌는데, 아름답지 않다면, 그건 악몽 같은 것이고, 시작부터 잘 못 생각한 것이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이 길은 언제나 존재한다---- 반드시 꿈을 준비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현재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확실히 이런 일족이 있다는 것이다.
* 1996년 2월 21일 < 南方周末 >
루쉰(1881~1936) 중국의 문학가, 사상가, 혁명가.
중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로 대표작 아큐정전, 광인일기
봉건적 중국 사회와 유교적 도덕관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