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역에서 신륵사,강천보에서 여주역 걷기(2/8) : 지공거사의 나들이
잔뜩 월요일만 기다리는 친구들 때문에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행은 좋은 것이고 나의 본령이다.
지하철을 타고 여주를 가보고 싶었다. 여주 역에 내려서, 여주의 대표 명소인 신륵사를 걸어가 보고 거기서 다시 세종대왕릉까지 걸어갔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여정을 계획했다.
경강선의 시발역인 판교역에서 10시에 만나자, 판교 오기가 불편한 사람은 여주역에 11시까지 와서 합류하자는 카톡을 띠웠다.
2월 8일. 아침, 날씨는 쾌청하고 포근해서 걷기에 그만이었다.
여주역에 내려 여러 사람에게 길을 물어 신륵사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여주 대교 앞 영월루(迎月樓)부터 갔다.
잘 꾸며진 625 호국 기념탑을 보고 바로 그 옆에 있는 영월루에 오르니 시원한 남한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넓은 평원 한 가운데, 도도히 흐르는 시원한 강물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뻥 뚫린다.
영월루에서 내려와 바로 앞에 있는 여주대교를 건넜다.
여주대교를 건너 얼마 안 가서 바로 신륵사 일주문이 보였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천년 고찰을 정말 오랜만에 거닐어 보았다. 현지 사람들이 신륵사를 벽 절이라고 부르게 한 강변 절벽위에 세워진 정자에 올라보고 오래된 전탑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근처 근처 음식점에 갔는데 젊은 주인 말이 "신륵사 볼게 뭐 있어요? 세종대왕릉 가봐야 문도 닫혔을 테고 거기 가도 볼 것도 없어요."
그의 말은 문화유적 답사를 나선 우리를 완전 바보로 만들었고 김이 새게 했다. 이어서 자기가 그보다 훨씬 좋은 강천보까지 차로 대려다 줄 테니 거기서 자전거를 타고 노는 게 최고라고 했다. 젊은 친구가 자기 기호대로 결론지어 버렸는데,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흔들려 세종대왕릉 가려던 계획을 강천보에 갔다가 걸어서 돌아오는 것으로 바꾸었다. 우리는 그의 차를 얻어 타고 강천보로 갔고 거기서 강변으로 난 자전거 길을 따라 여주까지 7km를 걸어왔다. 강천보에서 여주로 돌아오는 강변 자전거 길은 넓고 시원해서 도보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코스였다. 만약 세종대왕릉까지 걸어갔다면 이런 시원한 풍광은 못 보았을 것이다. 오늘 걸은 거리는 여주역 -신륵사 - 관광단지 : 5km , 강천보 -영월루 - 여주역 : 7km 합계 12km를 걸었다.
운동도 기분 좋게 했고 시원한 강바람도 쏘였으니, 오늘도 "역시 오기를 잘했다"로 결론.